다큐 인사이트 292회 사선에서-권역외상센터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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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나 추락 등으로 다발성 손상을 입은 중증외상환자를 24시간 치료하는 전문기관이다. 중증외상환자를 살리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건 ‘시간’. 신속하게 환자를 이송하고, 60분의 골든아워 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오늘도 권역외상센터의 의료진들은 밤을 새워 수술과 당직을 하고, 닥터헬기를 타고 응급 현장을 누빈다. 예측 불가능하고,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생길지 모르는 외상 사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투를 벌이는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 의료진들의 뜨거운 일주일을 함께했다.

생명을 지키는 최전선인 권역외상센터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는 2016년 아주대학교병원에 문을 연 뒤 중증외상환자가 병원 도착 즉시 수술과 집중치료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맡아왔다. 외상전담 전문의와 전용 수술실, 중환자실을 중심으로 24시간 대응하는 구조다. 최근에도 경기남부의 중증외상환자가 서울까지 이동하지 않고 최종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권역 안에서 치료를 완결하는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환자가 센터에 도착하기 전부터 싸움은 시작된다. 중증외상은 상태 변화가 빠르고 출혈이 심하면 수분 사이에도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어 이송과 초기 처치, 수술 준비가 따로 움직일 수 없다. 사고 현장에서 병원으로 이어지는 모든 단계가 하나의 치료 과정이 되는 이유다.

헬기 타는 의사들, 하늘을 나는 응급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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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 상황실에 신고가 접수됐다. 경기도 화성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한 남성이 복부 손상으로 의식이 불안정한 상태다. 119구급대원에게 환자를 인계받을 장소까지 약 30km 거리. 환자를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닥터헬기가 이륙한다.

‘하늘을 나는 응급실’로 불리는 닥터헬기. 환자와 의료진이 만나는 시간을 앞당겨주는 역할을 한다. 심장압박장치 등 각종 응급의료 장비를 갖추고 있는데다, 외상의학과 전문의가 동승해 환자의 상태를 시시각각 살피고, 응급 처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기남부 권역에서는 2019년부터 닥터헬기 운항이 이어지고 있다. 헬기는 단순히 환자를 빨리 옮기는 운송수단이 아니라 의료진이 현장 가까이 접근해 병원 도착 전에 필요한 처치를 시작하는 공간이다. 실제로 이송 도중 심정지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의료진이 즉시 심폐소생술과 처치를 이어가는 만큼 환자와 의사가 얼마나 빨리 만나는지가 치료의 출발점이 된다.

권역외상센터는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곳입니다.
사망 위험이 있는 중증외상환자를 모든 자원을 이용해서
살피기 위해 지정된 기관입니다.
-김진주/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 외상의학과 전문의-

골든아워를 사수하라. 현실의 벽을 마주한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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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환자의 통상적인 골든아워는 1시간. 사고 발생부터 치료까지 60분 이내 적절한 치료가 이뤄져야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과다 출혈 등 위독한 환자는 몇 분 만에 상태가 악화할 수 있어, 1분 1초라도 빠른 조치가 필수적이다.

생명에도 주소가 있다는 말이 있듯, ‘어디에 있는가’가 생사를 결정짓는 응급의료 현장. 그 생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닥터헬기를 운용하고 있지만 어려움도 많다. 환자를 인계받는 장소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 이송이 늦어지거나, 각종 민원으로 인한 경로 우회, 헬기를 띄울 때마다 적자가 커져 사용에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의료진이 요구하는 것은 적절한 환자를 적절한 곳으로 적절한 시간에 치료하는 이른바 ‘3R’ 체계다. 환자의 중증도를 빠르게 판단하고, 어느 병원이 받을 수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필요할 때 항공 이송까지 연결돼야 한다. 외상센터의 병상과 지역외상협력병원의 역할을 함께 나누고 병원 전 단계와 병원 사이의 정보가 끊기지 않아야 골든아워를 실제 치료 시간으로 바꿀 수 있다.

음식 배달하는 것보다 중증외상환자를 이송하는 체계가 못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음식 배달은 앱으로 몇 번 두드리면 배달 기사가 수배되고, 오는 과정이 보이잖아요.
그런데 아직도 중증외상환자가 발생해서 헬기로 이송하려면 전화를 수십 통 하고,
정작 가보면 어디서 만나야 할지 우왕좌왕할 때가 있고,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아요.
-정경원/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장-

한 명의 천재 의사가 아닌 원팀.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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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천만 명의 인구를 담당하는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 인구가 많은 지역을 담당하다 보니 한 해 내원하는 중증외상환자가 4천 명 수준으로 타 권역 대비 높다. 밀려드는 환자로 인해 소위 바이패스(bypass), 병상이 부족해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자주 놓인다. 타과 중환자실에 양해를 구해 환자를 수용하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때가 많다.

병상 부족은 이미 현장에서 반복돼 온 문제다. 지난해 말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를 추적한 현장 보도에서도 3주 동안 병상 포화로 환자를 받을 수 없는 바이패스가 나흘 발생했고, 여유 병상이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이 확인됐다. 환자를 더 받고 싶어도 수술 뒤 머물 중환자실과 병상이 없으면 새로운 중증외상환자를 받을 수 없는 구조다.

무엇보다 고민은 타 권역에서 넘어오는 환자 수용 문제. 고강도 업무, 의료사고 부담 등으로 외상의학과가 기피과로 인식되는 현실 속, 지역의 외상의학과 전문의가 부족해지면서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 의료진들의 업무도 덩달아 가중되고 있다.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와 응급의료기관이 구축된 뒤 외상 진료체계의 성과도 쌓였다. 2012년부터 2023년까지 권역외상센터 체계로 예방된 사망은 1만4천176명으로 추정되고, 전국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은 2023년 9.1%까지 내려갔다. 경기 지역 역시 같은 기간 지표가 개선됐지만 의료진은 숫자의 개선만으로 시스템이 완성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인력, 병상, 이송, 수술, 중환자 치료, 재활까지 끊기지 않아야 한 사람을 다시 일상으로 돌려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를 살리는 일에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외상센터 의사들. 개개인의 희생과 노력으로 권역외상센터를 꾸려가고 있지만 과연 이대로 권역외상센터가 유지될 수 있을까? 이들은 드라마 속 한 명의 천재 의사가 아닌, 지속가능한 시스템만이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외상의학과는 절대 혼자가 잘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과가 아니거든요.
어려운 환자가 와서 혼자만의 역량을 넘어설 때 옆에서 도와주는 분들이 필요하고,
환자가 다시 일상에 복귀하기까지 많은 도움이나 시스템이 있어야만
겨우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재리/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 외상의학과 전문의-

한 명의 의사가 버티는 구조가 아니라 이송·병상·인력·협진이 동시에 움직이는 원팀이 되어야 환자를 다시 일상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가 맞닥뜨린 여름은 생명을 지키는 시스템이 어디까지 준비돼 있는지를 보여줄까?

중증외상환자의 골든아워를 지키는 의료진의 일주일은 8월 27일 목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되는 KBS1 ‘다큐 인사이트’ 292회 ‘사선에서-권역외상센터의 여름’에서 공개된다.

사진 : KBS 1TV ‘다큐 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