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4일 방송되는 KBS2 ‘스모킹 건’ 153회에서는 2002년 서울 상계동에서 발생한 세 모자 살인 방화 사건을 추적한다. 35살 엄마와 10살, 6살 두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된 뒤 20년이 넘도록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사건의 수사 기록과 남은 의문을 되짚는다.
새벽 주택에서 발견된 세 모자
2002년 7월 13일 새벽 1시 30분경, 서울 상계동의 한 2층 주택에서 불이 났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이 도착했을 때는 불길이 상당 부분 꺾인 상태였다.
소방관들은 잔불을 정리하며 주택 내부를 확인했다. 그러나 안방에서는 35살 엄마와 10살, 6살의 두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한밤중 발생한 주택 화재로 보였던 사건은 세 사람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수사팀은 현장과 피해자들의 상태를 확인한 뒤 단순한 화재 사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누군가 세 사람을 살해한 뒤 범행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불을 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화재 현장에서는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뚜렷한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다.
한 가족의 생명을 앗아간 잔혹한 범행이었지만, 범인이 누구인지와 어떤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는지를 알려줄 결정적인 증거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안방이 가리킨 면식 관계 가능성
피해자 세 사람은 모두 안방에서 발견됐다. 수사팀은 범인이 피해자들의 생활 공간 안으로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 주목했다.
낯선 사람이 우연히 침입해 범행을 저질렀는지, 피해자들이 알고 지내던 사람이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갔는지는 사건을 풀기 위한 중요한 갈림길이었다.
수사팀은 피해자들이 안방에서 발견된 정황을 바탕으로 범인이 피해자들과 면식 관계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피해자 가족과 주변인을 중심으로 탐문과 조사를 이어갔다.
피해자들과 가까이 지냈던 사람들의 관계와 사건 전후 행적도 확인했다. 범행 동기가 될 수 있는 갈등이나 금전 문제, 사건 당일 주택 주변에서 목격된 수상한 움직임이 있었는지도 살폈다.
그러나 주변인 수사를 계속해도 범인을 확실하게 지목할 만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되더라도 실제 범행과 연결할 객관적인 물증이 부족했다.
화재로 인해 현장이 훼손된 상황도 수사를 어렵게 했다. 범인이 의도적으로 불을 낸 것이라면 화재는 피해자들의 생명을 앗아간 범행인 동시에 자신이 남긴 흔적을 지우기 위한 수단일 수 있었다.
용의자와 알리바이 사이 막힌 수사


수사팀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건을 추적했다. 피해자들과 관계가 있거나 범행 동기를 의심할 만한 인물의 행적을 확인하며 수사망을 좁혀갔다.
하지만 의심과 증명은 달랐다. 특정 인물을 유력하게 살펴보더라도 사건 현장과 직접 연결되는 증거가 없다면 범인으로 단정할 수 없었다.
안현모는 사건 내용을 확인한 뒤 “범인이 엄마와 두 아들을 죽인 방법이 매우 잔인하다”라며 경악한다. 한 명도 아닌 세 가족을 상대로 벌어진 범행의 잔혹함에 말을 잇기 어려워한다.
이지혜는 “범인의 행동이 천인공노할 짓”이라며 분노한다. 이어 “유력한 용의자에게 알리바이가 있어서 답답하다”라며 수사가 결정적인 단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상황에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유력하게 살펴본 인물이 존재하더라도 알리바이가 확인된다면 수사팀은 그 알리바이를 무너뜨릴 객관적인 증거를 찾아야 한다. 반대로 알리바이를 뒤집지 못한다면 의심만으로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
범인의 흔적이 사라진 화재 현장과 확실한 증거가 부족한 주변인 수사는 사건을 장기 미제로 남게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목격자의 기억은 흐려지고 당시 현장을 다시 확인하는 일도 어려워졌다.
장기미제수사팀의 재수사

초기 수사에서 범인을 검거하지 못한 사건은 이후 장기미제수사팀으로 넘어갔다. 수사팀은 과거 수사 기록과 증거물을 다시 검토하며 놓친 단서가 있는지 살폈다.
당시 작성된 진술과 현장 자료를 다시 분석하고, 시간이 흐른 뒤 달라진 관계나 새롭게 확인할 수 있는 정황도 추적했다. 초기 수사에서는 의미를 찾지 못했던 작은 단서가 재수사를 통해 새롭게 해석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장기미제수사팀의 재수사에도 범인을 특정할 결정적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사건의 흐름과 의심스러운 정황은 남아 있었지만 법적으로 범행을 입증할 수 있는 물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이날 방송에는 강윤석 前 서울청 강력계 장기미제수사팀 반장이 출연한다. 강윤석 전 반장은 사건이 발생한 시점부터 초기 수사와 장기미제수사팀의 재수사에 이르는 타임라인을 상세히 설명한다.
장기미제수사팀이 어떤 부분에 주목해 사건을 다시 살펴봤는지, 수사 과정에서 확인한 정황과 끝내 넘지 못한 한계가 무엇이었는지도 짚는다.
보험 가입 내역과 이후의 보험 사기 정황

박근우 손해사정사 대표도 출연해 피해자들의 보험 가입 내역을 살펴본다. 보험은 사건의 동기와 범행 이후의 이익 관계를 확인할 때 중요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피해자들이 어떤 보험에 가입돼 있었는지와 보험금의 수령 조건, 사건 이후 보험과 관련해 어떤 움직임이 있었는지를 분석한다. 다만 보험 가입 사실만으로 범행을 단정할 수는 없어 실제 사건과의 연결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박근우 대표는 해당 사건 뒤에 일어난 용의자의 보험 사기 정황도 이야기한다. 사건 이후 확인된 별개의 보험 사기 정황이 상계동 세 모자 사건을 바라보는 수사팀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살펴본다.
의심스러운 행동과 과거 범죄 정황이 존재하더라도 해당 인물이 이 사건의 범인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려면 현장과 범행을 직접 연결하는 증거가 필요하다. 방송은 의심과 법적 입증 사이에 놓인 수사의 현실을 보여준다.
화재 현장과 지연 연소 가능성

서문수철 경기남부청 과학수사대 화재조사팀 팀장은 사건 당시 화재 현장을 분석한다. 화재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와 불길이 어떤 방향으로 번졌는지, 인위적으로 불을 냈을 가능성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특히 화재가 범인이 현장을 벗어난 뒤 일정 시간이 지나 발생하는 지연 연소 방식으로 일어났을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지연 연소가 실제로 가능했다면 범인은 화재가 시작되기 전에 현장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동 시간을 확보했을 수 있다.
불이 시작된 시점과 범행이 벌어진 시점 사이에 차이가 있었는지는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판단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고 시각만을 범인의 현장 이탈 시각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화재 현장에 남은 연소 흔적과 당시 수사 자료를 통해 범인이 어떤 방식으로 시간을 조절했을 가능성이 있는지 분석한다. 동시에 오랜 시간이 지난 사건에서 화재 원인과 정확한 범행 시각을 다시 구성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확인한다.
세 사람을 살해하고 불까지 낸 범인은 흔적을 남기지 않았고, 주변인 수사와 장기미제수사팀의 재수사도 결정적인 증거에 도달하지 못했다. 20년 넘게 풀리지 않은 상계 세 모자 살인 방화 사건에서 범인을 가리킬 마지막 단서는 무엇이었을까?
강윤석 전 반장이 설명하는 사건의 수사 과정과 박근우 대표의 보험 분석, 서문수철 팀장의 지연 연소 가능성 분석은 8월 4일 화요일 오후 9시 45분 방송되는 KBS2 ‘스모킹 건’ 153회에서 공개된다.
사진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