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셔스’ 김지혜 감독의 식인 로맨스

‘딜리셔스’ 김지혜 감독의 식인 로맨스
'딜리셔스' 김지혜 감독의 식인 로맨스

식인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로맨스와 스릴러의 경계에 세운 숏드라마 ‘딜리셔스’가 지난 13일 공개된 뒤 ‘한국판 한니발’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사람을 먹는 욕망과 먹잇감으로 살아온 삶이 충돌하는 관계를 앞세워 기존 로맨스와 다른 긴장감을 만든다.

웹툰 원작의 식인 세계

영화사 두둥과 키다리스튜디오가 선보인 작품은 김민소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레진코믹스 제1회 세계만화공모전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으로, 음식과 살인, 로맨스와 미스터리를 결합한 독특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영상화됐다.

원작 웹툰은 독창적인 인물과 어두운 분위기로 주목받았고, 레진코믹스에서는 미스터리·음식·살인·잔혹·로맨스가 결합된 작품으로 소개됐다. 영상판 역시 이 복합 장르를 유지하면서 위험한 관계와 심리의 변화를 숏드라마 형식으로 압축했다.

김욱이 맡은 인물은 유명한 채식 푸드 칼럼니스트로 살아가지만 그 이면에 연쇄살인마의 본성을 숨기고 있다. 황우슬혜가 연기한 인물은 어둠의 세계에서 ‘블러드 셰프’로 불리며, 평생 누군가의 먹잇감처럼 살아온 삶에서 벗어나 다른 선택을 향해 움직인다. 서로의 비밀을 마주한 두 사람은 위험한 관계 속에서 점점 상대에게 깊이 빠져든다.

김지혜 감독의 장르 해석

김지혜 감독은 각본과 연출을 함께 맡아 ‘식인’을 단순한 충격 장치로만 사용하지 않았다. 사랑과 소유, 욕망과 복수, 죄와 심판이라는 문제를 한 관계 안에 겹치면서 사람이 누군가를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이 어디까지 변질될 수 있는지를 극단적인 설정으로 밀어붙인다.

영화 ‘썬키스 패밀리’와 레진스낵 숏드라마 ‘내 동거남의 특별한 조건’을 연출했던 김지혜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인물 사이의 심리와 긴장을 전면에 놓았다. 사람을 먹는다는 설정 자체보다 그 욕망을 품은 사람과 먹잇감으로 취급받던 사람이 서로를 마주하면서 관계의 위치가 뒤집히는 과정에 무게를 둔다.

식인 관계의 경계 붕괴

김욱이 극 중 “당신을 내 안에 담고 싶어”라고 말하고 황우슬혜가 “평생 먹잇감으로 살았는데 나도 먹어봐야지”라고 맞서는 대목은 두 사람의 관계를 압축한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상대를 삼키는 구조에서 출발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먹는 자’와 ‘먹히는 자’의 경계가 흔들리고, 두 사람의 관계도 쉽게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극 중 “인간이 하늘이 되면, 결국 제 입으로 제 살을 찢어 먹게 되지”라는 대사도 작품이 다루는 선택과 결과의 문제를 선명하게 만든다. 자신이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의미가 잔혹한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다.

황우슬혜 파격 변신

김욱은 사랑하는 상대를 먹고 싶어 하는 위험한 욕망을 겉으로 드러내는 대신 사회적 가면과 본성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표현한다. 겉으로는 유명한 푸드 칼럼니스트의 얼굴을 유지하면서도 상대를 향한 욕망이 드러나는 순간마다 인물의 위험성을 높인다.

황우슬혜는 이전의 밝고 친근한 이미지와 다른 차갑고 위험한 분위기를 전면에 내세운다. 평생 누군가에게 먹잇감처럼 취급받던 사람이 자신의 욕망을 자각하고 관계의 위치를 바꾸는 과정이 연기의 중심이 된다.

조윤의 짧은 존재감

조윤은 김욱이 맡은 인물의 전 여자친구로 등장해 짧은 분량 안에서 과거 관계와 감정을 보여준다. 등장 시간이 길지 않지만 주요 인물의 과거를 드러내는 역할을 맡으면서 현재의 위험한 관계에 또 다른 긴장을 보탠다.

독특한 소재만으로 밀어붙이는 작품이 아니라 원작의 미스터리와 로맨스, 김지혜 감독의 연출, 황우슬혜와 김욱의 연기까지 한 축으로 모인다는 점이 ‘딜리셔스’의 특징이다. 먹는 사람과 먹히는 사람의 경계가 무너진 관계는 어디까지 향할까?

‘딜리셔스’는 지난 13일 레진스낵에서 전 회차 공개됐으며 현재 플랫폼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레진스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