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행 559회 붉은 주먹의 진수

5월 23일에 방송되는 KBS1 ‘동행’ 559회에서는 포항의 낡은 집에서 쌍둥이 동생들을 돌보고 복싱 선수의 꿈을 이어가는 진수의 이야기가 공개된다. 가족에게 보탬이 되고 싶은 열여덟 살 첫째가 붉은 주먹으로 마지막 승부를 준비한다.
긴급 제보, “쌍둥이와 진수를 도와주세요”


포항의 아동 통합 사례 관리사로부터 다급한 제보가 들어왔다. ‘요즘 사회에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가족이 있다’라는 연락을 받고 찾아간 곳은 40년 된 낡은 집에서 살아가는 삼 남매네였다.
시멘트가 다 드러날 정도로 찢어지고 낙서로 가득한 벽지, 비가 새 곰팡이로 가득한 천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은 여섯 살 쌍둥이 남매 현주와 민수였다.
언어, 지적, 발달 장애와 자폐증 증상이 있는 현주는 온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든 장본인이었다. 잠시만 눈에서 멀어져도 베란다 난간에 올라 위험한 행동을 반복하다 보니, 엄마 아빠는 현주를 돌보느라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부모님 곁에서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람은 열여덟 살 첫째 진수다. 복싱으로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기숙사 고등학교에서 생활하는 진수는 열심히만 하면 훗날 안정적인 직업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복싱을 시작했다.
가족에게 보탬이 되는 일을 찾는 것이 진수에게는 일 순위였다. 집으로 가는 왕복 5만 원 차비를 벌기 위해 수산시장에서 문어 나르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띠동갑 쌍둥이까지 돌봐야 하는 고된 주말을 보내지만 진수에게는 하루가 너무 짧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엄마와 아빠


젊은 시절 지인의 가게를 빌려 생선 장사도 했지만,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던 아빠는 고향인 포항에 정착해 가정을 꾸렸다. 넉넉하진 않아도 열심히 살아온 부부에게 큰 시련이 닥친 건 진수가 한 살 무렵이었다.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 엄마는 목뼈가 부러져 2년 가까이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아빠 역시 두 번의 교통사고로 허리를 크게 다쳐 다섯 번의 수술을 견뎌야 했다.
후유증으로 힘든 일은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다. 생계를 위해 일용직과 식당일 등 불러주는 곳이면 마다치 않고 일했지만, 그나마도 하루 일하면 하루 앓아누워야 하는 터라 막막하기만 하다.
늦게나마 낳은 쌍둥이도 사실 기쁨인 한편 안쓰러운 존재다. 더 미안한 건 부모의 부족함을 첫째 진수가 짊어진다는 점이다.
진수가 하고픈 운동만은 제대로 뒷바라지해 주고 싶지만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곤 관리비를 밀리는 한이 있더라도 진수의 급식비와 부대 비용을 꼬박꼬박 내주는 일이다. 그것만큼은 진수가 주눅 들게 하고 싶지 않아서다.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현주의 재활 치료도 시급하다. 낡은 집에서 기관지염을 달고 사는 아이들에게 다만 깨끗하고 안전한 주거 환경이라도 만들어주고 싶은 간절함에 부모의 속은 타들어 간다.
붉은 주먹으로 마지막 승부를 거는 진수


운동에 재능이 많은 진수는 지인의 추천으로 고등학교 2학년 때 복싱 명문 학교로 전학했다. 복싱 선수로서의 꿈을 향해 그곳에서 굵은 땀방울을 쏟고 있다.
건강한 몸과 빨간 글러브 하나만 있으면 될 것 같아 시작한 복싱이었다. 하지만 비싼 운동용품 앞에서 진수는 구멍 난 복싱화와 양말을 신고 강도 높은 훈련을 해나간다.
부모님이 부담될까 싶어 한 번도 사달라 말한 적 없지만, 요즘 더 큰 고민이 있다. 입시가 코앞인 고3 진수에게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려면 전국 대회 입상 경력이 중요하다.
뒤늦게 복싱을 시작한 데다 작년 겨울 인대 수술 후 좀처럼 나오지 않는 성적 때문에 이대로 복싱을 계속해도 될지 진수의 마음은 무겁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훗날 안정적인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실업팀에 들어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싶은 목표 때문이다.
몸이 아픈 부모님 대신 가장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울 때도 많다. 쌍둥이 동생이 비도 안 새고, 곰팡이도 없고,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을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랄 수 있게 돕고 싶은 마음도 크다.
곧 다가올 전국 대회에서 반드시 메달을 목에 걸어야 하는 진수는 인생에 마지막이 될 일생일대의 승부를 앞두고 있다. 진수는 붉은 주먹에 모든 것을 걸었다.
구멍 난 복싱화와 빨간 글러브는 진수가 버티는 현실과 목표를 함께 보여준다. 전국 대회 메달을 향한 승부는 가족을 책임지고 싶은 마음과 맞닿아 있다.
포항의 낡은 집에서 살아가는 삼 남매와 복싱 선수 진수의 마지막 승부는 5월 23일 토요일 오후 6시에 방송되는 KBS1 ‘동행’ 559회에서 공개된다.
출처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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