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13일에 방송된 EBS1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에서는 53년째 현역으로 활동 중인 1세대 패션 디자이너 최복호의 2500평 산속 양장점과 누적 매출 5000억 원을 이룬 인생 역전기가 공개됐다.
경북 청도 산속 2500평 양장점
방송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끈 공간은 경북 청도 산속에 자리한 최복호의 양장점이었다. 18년째 운영 중인 이곳은 2500평 규모로, 산속이라는 위치에도 한 달 평균 1000명에서 1500명가량이 찾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최복호가 산으로 들어간 이유는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었다. 백화점 시스템 안에서 사라진 맞춤 의상과 고객과의 대화가 그리웠기 때문이다. 손님과 마주 앉아 옷을 만들던 시절의 감각을 되찾고 싶었던 선택은 지금도 월 매출 최대 6000만 원 규모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임금 800원에서 다시 배운 기본기
패션을 향한 출발점에는 어머니가 있었다. 유복자로 태어나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최복호는 단정한 양장을 입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고, 앙드레김을 보며 디자이너의 꿈을 키웠다. 군 제대 후에는 앙드레김을 배출한 복장학원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길을 찾기 시작했다.
산업화와 환경 문제를 다룬 파격적인 데뷔작으로 주목받은 그는 패션계 대모 최경자 이사장의 눈에 들어 문하생으로 발탁됐다. 하지만 현실은 곧바로 벽을 세웠다. 양장점 취업 일주일 만에 임금 800원만 받고 쫓겨났고, 제작 실력이 부족하다는 평가 앞에서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그는 지인의 양장점에서 무급 실습생으로 일하며 기본기를 다졌다. 이후 이대 양장점 거리에서 정식 디자이너로 다시 자리를 잡았고, 새벽마다 200여 개 쇼윈도를 살피며 유행하는 디자인을 익힐 만큼 치열하게 버텼다.
대구에서 터진 빽바지 신화
고향 대구에서의 재출발은 또 다른 승부였다. 서울에서 디자이너로 성장하던 그는 어머니의 병환 소식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려왔다. 다시 바닥부터 시작해야 했던 그가 선택한 아이템은 당시 서울에서 유행하던 빽바지였다.
다른 양장점들이 우아한 분위기의 옷을 고집할 때, 최복호는 젊은층의 감각을 겨냥한 과감한 실루엣을 내세웠다. 빽바지는 대구 거리에서 반응을 일으켰고, 그의 이름을 다시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후 어깨 패드 재킷인 가짜 가다마이까지 성공하며 그는 1980년대 월 매출 1억 원을 올리는 브랜드 대표로 성장했다.
화재 이후 자투리 원단으로 다시 선 삶
성공만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백화점에 모피 매장을 열며 사업을 넓히던 시기, 입점한 백화점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그는 양장점까지 처분하며 빚을 갚아야 했고, 다시 모든 것을 잃은 듯한 시간을 맞았다.
그때 주변 사람들이 손을 내밀었다. 동료 디자이너들은 자투리 원단을 보내왔고, 시장 상인들도 재료를 내어줬다. 최복호는 자신이 살아난 이유를 주변의 도움에서 찾았다. 그래서 지금도 대구 원단을 고집하고, 받은 만큼 돌려주는 삶을 중요하게 여긴다.
자투리 천으로 이어가는 나눔
재기의 상징이었던 자투리 천은 이제 나눔의 재료가 됐다. 최복호는 2008년부터 자투리 원단으로 인형을 만들어 판매 수익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한때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웠던 재료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는 방식이다.
그는 이후 대구를 넘어 서울 주요 백화점과 해외 무대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런던, 밴쿠버, 뉴욕 등 세계 무대에 섰고, 오랜 우상이었던 앙드레김과 같은 무대에 오르는 순간도 맞았다.
서장훈의 말에 터진 최복호의 눈물
서장훈은 최복호의 삶을 바라보며 가장 좋은 옷은 자기 몸에 잘 맞는 옷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최복호에게 정말 잘 맞는 옷 같다고 진심을 전했다.
그 말을 들은 최복호는 끝내 울컥했다. 800원을 받고 쫓겨났던 청년이 5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거장이 되기까지, 그의 삶은 성공의 크기보다 다시 일어서게 만든 사람과 도움의 의미를 더 크게 남겼다.
최복호의 이야기는 산속 양장점과 누적 매출의 규모를 넘어, 자신을 살린 작은 천 조각을 다시 누군가를 살리는 희망으로 바꿔온 시간으로 정리된다.
화려한 패션 인생 뒤에 남은 것은 숫자로 설명되는 성공보다, 받은 마음을 잊지 않고 다시 나누려는 한 사람의 철학이었다.
출처 :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