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5일 방송되는 KBS 1TV ‘다큐 On’ 374회 ‘젬버, 우리들의 여름방학’에서는 인도네시아 젬버에서 IT 프로젝트와 문화 교류를 함께하며 국경을 넘어 한 팀이 되어가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청춘들의 여름방학이 공개된다.
“안녕 젬버”, 낯선 도시에서 시작된 여름


인도네시아 자바섬 동쪽 끝에 자리한 도시 젬버. 한국인에게는 아직 낯선 이곳에 경북대학교 학생 40여 명이 찾아왔다. 27시간의 긴 여정 끝에 마주한 젬버는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숨이 턱 막히는 더위부터 이슬람 문화, 쉴 새 없이 오가는 오토바이까지 난생처음 마주한 풍경 속에서 학생들은 앞으로 3주 가까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들의 정식 이름은 ‘월드프렌즈코리아(WFK) IT 봉사단’이다. WFK IT 봉사단은 세계 각국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IT 역량을 높이기 위해 교육과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해외봉사단이다. 올해 경북대학교 팀은 젬버에서 약 20일 동안 현지 학생들과 기술 프로젝트와 문화 교류를 함께한다.
특히 경북대학교와 젬버 폴리텍 대학의 만남은 올해로 일곱 번째다. 2019년부터 이어진 협력은 해를 거듭할수록 현지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올해는 인도네시아 여러 폴리텍 학생들까지 참여했다. 한국 학생 40명과 젬버 폴리텍 학생, 다른 지역 폴리텍 학생들이 어우러지며 협업의 폭도 넓어졌다.
하지만 첫 만남의 설렘도 잠시, 언어도 살아온 방식도 전혀 다른 두 나라의 청춘들에게 대화는 쉽지 않다.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전하기도, 상대의 생각을 이해하기도 어려워 번역기를 켜고 손짓과 표정을 섞어가며 서툰 대화를 이어간다. 공동 과제를 준비하면서 각자의 방식을 조율해야 하는 순간도 점점 늘어난다.
과연 이들의 여름방학은 순탄하게 흘러갈 수 있을까? 짧은 한마디를 건네는 데도 시간이 걸렸던 학생들은 프로젝트를 함께 준비하며 상대의 생각을 듣고 자신의 뜻을 설명하는 법부터 배워간다.
우리의 IT기술이 도시를 바꿀 수 있을까?


그렇다면 두 나라의 학생들이 해야 할 IT 프로젝트란 무엇일까? 이들의 목표는 젬버 시민들이 겪고 있는 일상의 문제를 찾아 IT 기술로 해결할 방안을 마련하고, 스마트 시티 키트로 직접 구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두 나라 학생들이 한 팀이 되고, 문제를 고르는 단계부터 머리를 맞대기 시작한다.
올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기획과 실행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현지와 한국 학생들은 젬버를 위한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를 함께 설계하고, 지역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문제를 기술로 풀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결과물뿐 아니라 문제를 직접 발견하고 해결안을 시제품으로 만드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과제가 된다.
먼저 젬버 주민들이 겪는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도시 곳곳을 발로 뛰는 학생들. 홍수가 잦은 지역의 강을 찾아가 주변 환경을 확인하고, 안전장치가 갖춰지지 않은 기찻길을 살펴보며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현장에서 찾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스마트 시티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한다.
물론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예상하지 못한 의견 대립, 기술적인 한계, 부족한 시간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같은 문제를 두고도 필요한 기능과 구현 방법에 대한 생각이 달라 다시 토론하고, 계획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점검해야 한다.
공항을 떠날 때만 해도 해외를 경험하고, 외국인 친구를 만나고, 스펙을 쌓길 기대했던 한국 학생들은 점점 더 무거운 책임감과 진지한 열정으로 프로젝트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자신들이 만든 결과물이 젬버 주민의 실제 문제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체감하며 완성도와 실용성을 더 깊이 고민한다.
우리가 ‘ONE TEAM’이 되는 과정


IT 프로젝트만큼이나 뜨거웠던 것은 두 나라의 학생들이 함께 보내며 서로에게 스며들었던 시간이다. 한국의 화채와 인도네시아의 ‘에스부아’를 더해 새로운 디저트를 만들어 먹고, 젬버 폴리텍대학교 입학식에서는 태권도와 부채춤, K-POP 공연을 선보이며 한국 문화를 소개한다. 같은 조 인도네시아 학생의 집을 찾아가 평소의 생활 모습을 보고, 청춘의 고민을 나누기도 한다.
교류는 프로젝트 회의 밖에서도 이어진다.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음식과 놀이, 문화 프로그램을 함께 경험하면서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웃음과 몸짓으로 가까워지는 순간이 생긴다. 기술을 매개로 만난 관계가 일상의 경험으로 넓어지면서 팀 안의 거리도 조금씩 줄어든다.
하지만 장염에 걸려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하고, 계획이 어긋나는 순간도 찾아온다. 모두가 직접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학생들은 아픈 순간에도 자신의 몫을 다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갈등이 생긴 팀은 치열하게 토론하며 서로의 생각을 맞춰 나간다.
뜨겁게 부딪히고, 아낌없이 화해하는 학생들. 처음에는 번역기와 손짓에 의지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의 표정과 반응을 살피며 먼저 손을 내민다. 그렇게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넘어 어느새 한 팀이 되어간다.
내 인생에 다시없을 여름방학


마침내 최종 발표의 날. 밤을 새우고 주말까지 반납하며 만든 결과물들이 무대에 오른다. 발표가 끝날 때마다 박수와 환호가 이어지고, 학생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그동안의 노력을 격려한다. 현장의 실제 문제를 바탕으로 만든 시제품을 직접 설명하며 함께 보낸 시간의 결과도 확인한다.
함께 만든 스마트 시티의 모델이 젬버의 미래를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도 간절해졌다. 완성된 결과물만큼 주민의 문제를 직접 보고 다른 나라의 친구와 해결책을 찾아간 경험도 학생들에게 큰 배움으로 남는다.
그리고 뜨거운 포옹으로 찾아온 이별의 순간. 처음엔 낯설어 더듬거리던 이름이 이제 부르는 것만으로 가슴 벅찬 존재로 변해버렸다. 함께 밤을 새우고 의견을 나누며 보낸 시간이 쌓인 만큼 마지막 인사도 처음보다 어려워진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학생들은 각자의 문화를 나누고, 같은 문제를 바라보며 답을 찾아갔다. ‘봉사’라는 이름으로 젬버를 찾았지만, 정작 그곳에서 더 많이 배우고 달라진 것은 어쩌면 그들 자신이다. 뜨거웠던 젬버의 여름방학은 그렇게 청춘의 한 페이지에 깊이 새겨질 소중한 기억이 되었다.
기술을 나누기 위해 떠난 3주 가까운 시간은 서로 다른 청춘들이 함께 배우고 달라지는 여름방학이 됐다. 젬버에서 만들어진 이들의 ‘ONE TEAM’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 뒤에도 어떤 기억으로 이어질까?
IT 프로젝트와 문화 교류를 거치며 한 팀이 된 한국과 인도네시아 청춘들의 젬버 여름방학은 9월 5일 토요일 오후 10시 20분에 방송되는 KBS 1TV ‘다큐 On’ 374회 ‘젬버, 우리들의 여름방학’에서 공개된다.
사진 : KBS 1TV ‘다큐 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