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넘어섰다. 그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었다. AI 열풍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졌고, 메모리 반도체를 대표하는 두 기업의 주가가 코스피 상승을 이끌며 이른바 ‘반도체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가 HBM과 서버용 메모리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메모리 공급 부족은 단순한 단기 가격 상승을 넘어 반도체 산업 전반의 투자 방향을 바꾸는 변수로 떠올랐다.
이에 힘입어 6월 29일 정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에서는 서남권에 약 800조 원의 대규모 반도체 팹을 건설하고 용인 클러스터 계획을 최대 12년 단축하는 등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으며 반도체 물량 공급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용인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의 최종 팹 완공 시점을 각각 7년과 12년 앞당기고, 5년 안에 메모리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서남권에는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과 협력사·인력 생태계를 함께 구축한다.
서남권은 제2 생산거점, 충청권은 HBM을 포함한 패키징 거점, 동남권과 대경권은 소부장 혁신거점으로 키우는 구상이다. 생산 규모 확대와 함께 전국 단위의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반도체 대표주 주가가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면서 시장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반도체 전쟁에 뛰어든 지금, 우리의 반도체 돈벼락은 계속될 수 있을지 살펴본다. AI 수요는 여전히 강하지만 생산능력 확대가 본격화될 경우 공급 부족이 완화되고 메모리 가격과 기업 실적이 다시 사이클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거론된다.
연사인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신창환 교수는 반도체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기술 및 경영 자문·이사회 활동을 수행해 온 반도체 공학자이다.
미국 UC 버클리에서 전기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반도체 소자와 차세대 메모리 기술을 연구해 왔고, 산업계와 학계를 오가며 한국 반도체의 기술 경쟁력과 공급망 문제를 짚어왔다. 신 교수와 함께 대한민국 반도체의 명과 암을 들여다보고 위태로운 세계 반도체 시장을 전망한다.
9월 6일에 방송되는 KBS1 ‘이슈 PICK 쌤과 함께’ 295회에서는 신창환 교수가 메모리 반도체 호황의 지속 가능성과 빅테크 투자, 중국의 추격, 한국 반도체 생태계가 준비해야 할 과제를 짚는다.
반도체에 사활을 건 대한민국, 이대로 괜찮을까?

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대응해 한국도 대규모 팹과 AI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전 세계적인 생산능력 확대에 따른 공급 과잉과 다운사이클 가능성은 과제로 꼽힌다. 반면 AI 기술의 효율화가 오히려 AI 활용과 반도체 수요를 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한국 반도체 산업은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새로운 투자 국면을 맞고 있다.
메모리 시장의 현재 흐름만 보면 AI 수요의 힘은 여전히 강하다. HBM과 서버용 DRAM의 공급 제약이 이어지며 메모리 매출 전망도 크게 높아졌고, 첨단 패키징과 생산설비까지 병목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의 ‘3S+1F 전략’은 속도전, 거점전, 선도전과 총력지원체계를 축으로 한다. 수도권 생산거점 조기 완성뿐 아니라 서남권 800조 원 규모 팹 4기와 협력사·인력 생태계 구축, 충청권 81조 원 규모 패키징 투자, 향후 15년간 30조 원 이상의 차세대 반도체 지원이 포함됐다.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세계 각국과 주요 기업이 동시에 증설에 나서는 만큼 투자 속도가 수요 증가를 앞서는 순간 다시 공급 과잉이 나타날 위험도 함께 커진다. 단순히 공장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설계·소재·장비·패키징·인재까지 함께 키울 수 있는지가 장기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른다.
빅테크에 달린 대한민국 반도체의 운명

신 교수는 “AI 수요의 장기적인 성장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이 마냥 낙관적인 전망만 이어가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반도체 업황과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현재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며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향후 빅테크의 투자 방향에 따라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이 현재의 주도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AI 인프라 투자는 GPU만의 문제가 아니다. AI 서버 한 대에 들어가는 HBM과 DRAM 용량이 커지고 네트워크 반도체, 전력관리 반도체, 광통신 부품까지 수요가 확산되면서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이 전체 반도체 공급망의 주문량과 설비투자를 좌우하는 구조가 강해지고 있다.
결국 한국 기업이 호황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현재 주문을 많이 받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HBM과 첨단 메모리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면서 고객과 제품 구성을 넓히고, 수요 변동에도 버틸 수 있는 생산·투자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거세지고 있는 중국의 반도체 추격
신 교수는 반도체 시장 속 중국의 추격도 거세지고 있다며,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맞선 중국은 반도체 자립에 속도를 내며 자체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한다.
중국은 최근 상대적으로 낮은 사양의 DUV 노광장비 기술을 확보하고 올해 안에 주요 반도체 기업에 공급할 계획을 밝히는 등 생산 기반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창신메모리(CXMT) 등 현지 기업의 성장세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메모리 시장 속 중국의 추격은 결코 만만치 않음을 시사한다.
특히 CXMT는 범용 DRAM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2분기 글로벌 DRAM 매출 점유율이 10%까지 올라 두 자릿수에 진입했고, 생산라인 확대와 함께 LPDDR과 HBM 계열로 제품 영역을 넓히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산 DUV 장비의 실제 양산성과 생산성은 아직 검증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노광장비를 포함해 반도체 장비와 소재의 국산화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장기적으로 공급망 독립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이 기술 격차만 믿고 안심하기 어려운 이유다.
전 세계 반도체 전쟁 속, 한국이 가야 할 길은?

반도체 돈벼락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10년 뒤 어떤 기술이 시장의 판도를 바꿀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회는 준비된 곳에 찾아온다는 점이다.
이에 신 교수는 “천둥이 치고 난 뒤 피뢰침을 세울 수 없듯,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는 지금이야말로 기술과 인재, 탄탄한 산업 생태계라는 ‘접지’를 갖춰야 할 때”라고 제언한다. 한국 반도체가 다음 10년의 기회를 잡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생산시설을 빠르게 늘리는 것만으로는 다음 10년의 우위를 보장하기 어렵다. 공정과 소자 기술, HBM과 차세대 메모리, 첨단 패키징, 소재·부품·장비, 전력·용수 인프라를 연결하고 이를 운용할 연구·현장 인력을 함께 확보해야 투자 규모가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호황기에 확보한 자금과 시장 주도권을 기술 개발과 인재 육성, 공급망 안정에 다시 투자할 수 있느냐가 다음 다운사이클의 충격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신 교수가 말한 ‘접지’는 시장이 좋을 때 가장 취약한 부분을 미리 보강해 다음 변동을 버틸 수 있는 산업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이어진다.
지금의 호황은 한국이 반도체 생산 규모뿐 아니라 기술·인재·공급망의 약한 고리를 함께 보강할 수 있는 시간이다. 지금의 반도체 돈벼락을 다음 10년의 경쟁력으로 바꾸기 위해 한국은 어떤 ‘접지’부터 갖춰야 할까?
기술·인재·탄탄한 산업 생태계라는 ‘접지’를 지금 갖춰야 한다는 신창환 교수의 제언은 9월 6일 일요일 오후 7시 10분에 방송되는 KBS1 ‘이슈 PICK 쌤과 함께’ 295회 ‘반도체 돈벼락은 계속될까?’ 편에서 공개된다.
방송 이후에는 KBS 홈페이지, Wavve, 유튜브 ‘KBS 교양’, ‘KBS 다큐’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사진 : KBS 1TV ‘이슈 PICK 쌤과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