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거짓말’ 김유정, 경성 소매치기서 총독부 밀정 잠입

‘100일의 거짓말’ 김유정, 경성 소매치기서 총독부 밀정 잠입
‘100일의 거짓말’ 김유정, 경성 소매치기서 총독부 밀정 잠입

김유정과 박진영이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한 첩보 로맨스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다. 경성 최고의 소매치기가 독립군의 제안을 받아 조선총독부에 잠입하고, 그곳에서 정무총감의 양자로 자란 엘리트 통역관과 마주하며 100일 동안 진실과 거짓을 오가는 이야기다.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숨겨진 비밀을 가장 가까이에서 읽어야 하는 통역이라는 직업에 독립군이 직접 심은 밀정 설정을 결합해 인물들의 말 한마디와 선택 하나가 곧 긴장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든다.

소매치기에서 밀정으로, 김유정의 100일

연출은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만든 유인식 감독이 맡았고, 극본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와 ‘트롤리’를 쓴 류보리 작가가 집필한다. 큰 사건을 빠르게 밀어붙이면서도 인물의 감정을 놓치지 않는 유인식 감독의 연출과 말하지 못한 마음, 관계의 균열을 세밀하게 쌓아온 류보리 작가의 글이 식민지 경성의 첩보전 안에서 만난다.

대본 리딩 현장에는 유인식 감독과 류보리 작가를 비롯해 김유정, 박진영, 김현주, 이무생, 진선규, 이기영, 최덕문, 서정연, 김인권 등 주요 배우들이 자리했다. 배우와 제작진은 첫 만남의 긴장 속에서도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을 되새기는 묵념으로 시작한 뒤 각자의 인물과 관계를 소리만으로 구축해 나갔다. 서로 다른 국적과 소속, 언어를 가진 인물들이 한 공간에 모이는 작품인 만큼 첫 리딩부터 대사 사이에 숨은 의도와 경계심을 살리는 데 힘이 실렸다.

김유정은 미국으로 떠날 미래를 꿈꾸며 돈을 모으던 경성 최고의 소매치기로 출발한다. 구국단의 거부하기 어려운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100일 동안 총독부 통역생으로 신분을 감추고 적의 심장부로 들어간다. 거리에서 상대의 움직임과 빈틈을 읽으며 살아온 인물이 이제는 권력자들의 말과 표정을 읽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개인의 생존을 위해 익힌 감각이 독립군의 임무를 수행하는 능력으로 바뀌게 된다. 김유정은 당돌한 생존력과 잠입 이후 커지는 두려움, 결심 사이의 변화를 폭넓게 표현했다.

세 언어 품은 박진영, 총독부의 엘리트 통역관

박진영은 정무총감의 양자로 성장해 영어와 일본어, 조선어까지 세 언어에 능통한 총독부 통역관을 맡는다. 10여 년 만에 조선으로 돌아와 국제연맹조사단을 상대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는 인물로, 식민 통치를 정당화해야 하는 권력의 언어를 가장 가까이에서 다루게 된다. 겉으로는 빈틈없는 엘리트지만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한 슬픔을 품고 있어, 말의 뜻을 정확히 옮겨야 하는 직업과 자신의 속마음을 감춰야 하는 삶이 충돌한다. 박진영은 냉정한 판단과 흔들리는 내면을 오가며 복잡한 감정선을 세밀하게 쌓았다.

두 배우는 첫 연기 호흡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자연스럽게 대사를 주고받았다. 독립군의 밀정으로 정체를 숨긴 김유정과 총독부의 통역관인 박진영은 서로의 진짜 목적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가까워지고, 이 관계는 사랑과 의심을 동시에 키우는 축이 된다. 총독부 안에서 100일이라는 제한된 시간이 흐르는 동안 누가 먼저 상대의 거짓을 알아차리는지, 감정이 임무보다 앞서는 순간 어떤 선택이 나오는지가 첩보 로맨스의 중심 긴장으로 이어진다.

김현주 이무생 진선규, 엇갈린 목표

김현주는 복수를 위해 총을 든 항일단체 구국단의 저격수로 나선다. 과거 진선규와 악연으로 얽힌 뒤 중국인으로 신분을 바꾸고 이무생과 위장 결혼한 채 10여 년 만에 조선으로 돌아온 인물이다. 진선규를 겨냥한 암살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김유정에게 목숨을 건 거래를 제안하며 총독부 잠입의 출발점을 만든다. 김현주는 감정을 폭발시키는 순간과 작전을 위해 모든 것을 눌러야 하는 순간을 오가며 복수와 독립이라는 두 목표가 겹쳐 있는 인물의 무게를 살렸다.

이무생은 미국 언론사의 경성 특파원이자 구국단의 일원으로 등장한다. 조선계 미국인이며 언론인이라는 신분을 활용해 국제 정세에 민감한 정무총감을 압박하고, 김현주와는 작전을 위한 위장 부부 관계를 이어간다. 겉으로는 냉정한 취재자처럼 움직이지만 동지인 김현주를 향한 마음을 감춘 채 목적을 지켜야 하는 인물이다. 이무생은 말로 상대를 흔드는 언론인의 계산과 개인적인 감정이 충돌하는 지점을 차분하게 드러냈다.

진선규는 조선총독부의 신임 정무총감이자 사실상 2인자로, 성공과 출세를 위해서라면 공작과 술수도 마다하지 않는 야망가로 변신한다. 구국단이 가장 먼저 제거하려는 표적이면서 박진영의 양아버지라는 관계까지 지니고 있어, 독립군과 총독부의 대립을 개인적인 가족 관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인물이다. 진선규는 서늘한 눈빛과 낮게 가라앉은 말투로 상대를 압박하며 대본 리딩만으로도 권력자의 위압감을 드러냈다.

총독부와 구국단 채운 연기파 군단

주요 다섯 배우 밖에서도 촘촘한 인물 구성이 이어진다. 이기영은 조선 최대 방직회사 사장을, 서정연은 진선규의 집에서 일하는 조선인 가정부를 맡는다. 김도현은 총독부 영어통역관, 고한민은 총독부 소속 인물, 김중희는 총독부 경무국장, 코우리 유카는 진선규의 비서로 참여해 총독부 내부의 권력과 정보가 오가는 공간을 채운다. 홍사빈은 김유정과 함께 거리에서 움직였던 소매치기 동업자로 합류해 김유정이 밀정이 되기 전 삶과 연결되는 축을 담당한다.

구국단에는 최덕문, 김인권, 전석찬, 전융법, 김동영, 이도군, 박정연, 이선, 고세빈이 합류한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독립을 향해 움직이는 인물들이 김현주, 이무생과 연결되면서 총독부 내부 잠입과 암살 작전, 정보전이 동시에 진행될 기반을 만든다. 한쪽에는 통역을 통해 식민 권력의 말을 다루는 사람들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총과 정보, 위장 신분으로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어, 같은 대사가 누구의 입에서 나오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관계망이 형성된다.

제작진은 “첫 만남부터 작품의 의미와 메시지를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함께한 모든 배우들과 제작진의 진정성이 시청자분들께 온전히 닿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이어 일제강점기라는 암흑의 시대에도 독립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겠다는 뜻을 덧붙였다.

첫 티저에서는 1932년 경성역과 조선총독부를 배경으로 김유정의 잠입, 박진영과의 예측하기 어려운 만남, 김현주의 총구, 이무생과 진선규의 경계가 교차했다. 대본 리딩에서 확인된 촘촘한 인물 관계가 실제 화면에서는 어떤 긴장으로 이어질까?

김유정이 생존을 위해 익힌 감각을 밀정의 임무로 바꾸고 총독부 안에서 100일을 버텨내는 과정은 10월 10일 밤 9시 10분 첫 방송되는 tvN ‘100일의 거짓말’에서 시작된다.

사진 :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