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24일에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182회에서는 1억 5천만 원 투자 사기와 사업 실패 뒤 김밥집으로 생계를 이어온 ‘김밥지옥 부부’의 소통 문제와 심각해진 집안 위생 상태가 공개됐다.
1억 5천만 원 투자 사기 뒤 시작한 김밥집
결혼 8년 차인 39세 남편과 35세 아내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남편은 현재 공인중개사로 일하고 아내는 7개월째 김밥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이 생계를 위해 각자 일하는 과정에는 신혼 초부터 이어진 큰 경제적 손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신혼 초 남편은 자신이 좋아하고 따르던 지인에게 1억 5천만 원 규모의 투자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었다. 해당 사기의 전체 피해 규모는 약 30억 원이었고 가해자는 형사 처벌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은 이후 인테리어 사업에도 도전했고 이를 위해 가족이 양주로 이사했지만 사업이 잘되지 않으면서 경제적 어려움은 계속됐다.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내는 자신도 돈을 벌어야겠다고 판단했다. 시부모에게 창업 비용 5천만 원을 지원받아 김밥집을 열었고, 매일 오전 6시부터 재료를 준비하며 하루 종일 매장 운영에 매달렸다.
남편은 왕복 두 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출퇴근을 이어갔고 퇴근 뒤에는 아내의 김밥집에 들러 저녁을 먹었다. 홀로 매장을 지키는 아내는 매출에 신경 쓰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위장 통증을 호소할 정도로 몸과 마음이 지쳤지만, 가장 가까운 남편에게 힘든 상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답답함을 느꼈다.
그러나 남편은 아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내는 자신이 지쳐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전에 남편이 상황을 먼저 알아주고 공감해주기를 바랐지만, 남편은 눈앞에서 벌어진 행동 자체를 받아들이며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놓치는 모습을 반복했다.
“왜 쉬고 있어?”에서 드러난 공감의 차이
녹화가 시작되자마자 아내는 남편과 아무리 대화해도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눈물을 보였다. 실제 김밥집 마감 시간에도 같은 갈등이 나타났고, 잠시 쉬고 있던 아내에게 남편이 “왜 쉬고 있어? 마감 안 했는데”라고 묻자 아내의 표정은 곧바로 굳었다.
아내는 너무 힘들어서 쉬는 것이라며 황당해했고, 말다툼 끝에 눈물을 보였다. 계속 자신에게 공감해 달라고 이야기해 왔지만 남편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며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싶다”고 호소했고, 이전에는 남편이 일부러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않는 것인지 의심해 “사이코패스가 아닌가 싶었다”고 소리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반면 남편은 쉬고 있는 이유가 정말 궁금해서 질문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아내가 당일 사과로 풀리지 않는 것 같으면 다음 날 다시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정작 아내가 어떤 감정 때문에 화가 났는지를 바로 읽어내는 데 어려움을 보였다.
결혼 초기까지 서로 존댓말을 사용했던 두 사람은 반말을 쓰기 시작한 뒤 다툼도 잦아졌다고 했다. 아내에게는 여러 번 설명해도 공감받지 못한다는 답답함이 쌓였고, 남편에게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명확히 알 수 없다는 답답함이 반복됐다.
오은영 박사는 영상을 본 뒤 “고구마 100개를 먹은 것 같다. 사이다를 마셔야겠다”고 할 정도로 답답함을 표현하면서도 남편을 사이코패스로 볼 문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남편을 “100명 중 99명이 자연스럽게 알아차리는 행동의 의미를 혼자 모르는 1인”이라고 설명하며, 눈에 보이는 현상 자체를 그대로 이해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오 박사는 양손으로 관자놀이를 세게 누르는 행동을 예로 들어 대부분의 사람은 설명이 없어도 상대가 답답하거나 힘들다는 의미를 알아차리지만 남편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를 문자 그대로 질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내는 매번 감정을 설명해야 하는 자신이 이상하다고 느끼고, 남편은 정말 의미를 모르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답답할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이어 남편이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어린 시절도 살폈다. 남편은 어릴 때 거의 매주 아버지에게 혼났고 아버지가 집에 있을 때는 늦게 들어가려 했으며, 무엇 때문에 혼나는지 기준을 알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오은영 박사는 혼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는 자신의 생각이나 정보를 충분히 내놓지 않게 되고, 이런 경험이 현재 아내와의 대화에서 방어적인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남편이 당황하거나 억울한 순간 웃는 모습 역시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 방식으로 해석했다.
AI 계약서 뒤 곰탕 밀키트까지 준비한 아내
경제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는 아내의 빠른 결정 방식도 갈등의 한 축으로 드러났다. 김밥집을 운영한 지 7개월 만에 체력적인 한계를 느낀 아내는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로 했지만, 남편과 구체적인 양도 조건을 충분히 상의하기 전에 새 운영자를 구했다.
계약 과정도 남편과 먼저 맞추지 않았다. 아내는 AI를 이용해 만든 계약서에 서명까지 마쳤고, 공인중개사인 남편은 자신이 계약 내용을 검토할 시간조차 없이 중요한 결정이 진행된 데 당황했다. 김밥집을 열 때도 충분한 상의보다 통보에 가까운 방식으로 시작했다는 내용이 함께 나오면서 중요한 경제적 결정을 공유하는 방식 자체가 갈등으로 떠올랐다.
남편은 현재 김밥집에서 실제로 얼마가 남는지 자신이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했다. 수익 구조를 이야기하려 하면 아내가 싫어하고 경제권을 충분히 공유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아내 역시 김밥집 순수익을 정확하게 계산하지 못한다고 인정했고,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확실한 금액을 제시하지 못했다.
소비 문제도 함께 나왔다. 남편은 아내가 카드값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집에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계속 사고, 현관문 앞에 택배 상자가 석 달이 지나도록 남아 있을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아내는 카드 사용을 막은 뒤 휴대전화 소액결제로 쇼핑한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김밥집을 정리하려는 아내가 곰탕 밀키트 사업까지 새로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한 사업의 수익과 양도 조건을 충분히 정리하기 전에 또 다른 일을 추진하는 모습까지 이어지자 오은영 박사는 행동에 앞서 확인해야 할 과정이 빠져 있다고 짚었다.
오 박사는 “체계적으로 확인하고 계산하는 과정이 빠져 있다”면서 “반면 행동은 굉장히 빠르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일을 계속 벌이는 자신의 성향을 먼저 인정해야 하며, 계획과 확인을 충분히 거친 뒤 실행하는 순서를 익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이 식기 14개와 초파리로 드러난 집 상태
이날 가장 큰 충격을 안긴 장면은 부부와 두 아이가 생활하는 집이었다. 옷방에는 빨래와 각종 물건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정리되지 않은 채 놓여 있었고, 주방에는 두 아이가 평일 동안 사용한 식기들이 씻기지 않은 상태로 쌓여 있었다.
아내는 평일에 설거지할 시간이 없어 두 아이가 사용할 일주일 치 식기 14개를 마련해 두고 주말에 한꺼번에 씻는다고 설명했다. 남편도 설거지와 집안일을 그때그때 처리하기보다 몰아서 하는 편이라고 했고, 두 사람이 서로 힘들다는 이유로 일을 미루는 사이 정리해야 할 물건과 빨래가 계속 쌓였다.
제작진이 주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는 다수의 초파리가 발견됐다. 초파리의 원인은 일주일 전 만든 산딸기잼이 담긴 통으로 확인됐으며, 냉장고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와 싹이 난 감자가 나왔다. 싱크대 옆 쟁반에는 머리카락 뭉치도 놓여 있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김밥집에서 일한 아내는 평일에는 집안일까지 챙길 여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집이 좁아지고 살림과 아이들 물건이 늘어난 데다 청소를 몰아서 하다 보니 정리가 더 어려워졌다고 했지만, 남편은 집안일을 몰아서 하는 습관이 신혼 초기부터 있었다고 말했다.
남편 역시 장거리 출퇴근 때문에 지쳐 있었고 자신도 같이 하려고 하지만 힘든 날 한 번 미루기 시작하면 계속 놓게 된다고 해명했다. 부부 각자의 피로는 분명했지만, 그 결과 두 아이가 생활하는 공간까지 기본적인 관리가 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를 본 장동민은 “바빠서, 힘들어서라는 건 이유가 되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화가 난다”고 지적했다. 자신도 바쁜 주에는 집에서 자는 시간이 20시간이 채 되지 않지만 씻는 동안 욕실을 청소하거나 지저분하면 청소기를 돌린다고 말하며 집안일을 계속 미루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문세윤도 집안일은 미뤄 둘 일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짚었고, 소유진 역시 공개된 집 상태에 놀라움을 보였다. 출연진의 반응은 두 사람이 얼마나 힘든지를 부정하기보다 아이들이 함께 사는 공간에 필요한 최소한의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데 모였다.
오은영 박사 역시 같은 부분에서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돈을 버는 것보다 위생을 챙기는 일이 더 중요하다”며 이 지경까지 온 이유를 찾아야 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건강과 생활을 위해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부에게 따로 제시한 오은영의 해결책
방송 말미 오은영 박사는 남편과 아내에게 같은 숙제가 아니라 각자 필요한 해결책을 나눠 제시했다. 남편에게는 마음속 생각과 감정을 숨긴 채 상황만 설명하지 말고, 자신이 실제로 무엇을 느끼는지 아내에게 솔직한 말로 표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내에게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바로 행동으로 옮기기보다 먼저 계획을 세우고 확인하는 순서를 만들라고 조언했다. 무엇이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정한 뒤에도 행동 속도를 스스로 조절하기 어렵다면 치료를 받아보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권했다.
집안일에 대해서도 “함께하자”는 막연한 약속만으로는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봤다. 설거지와 청소, 정리처럼 실제 해야 할 일을 기준으로 누가 무엇을 맡을지 명확하게 정하고, 서로의 상황에 따라 책임을 바꾸더라도 담당 역할 자체는 구체적으로 나눠야 한다고 짚었다.
1억 5천만 원 투자 사기에서 시작된 경제적 부담은 김밥집 운영과 소통 단절, 성급한 사업 결정, 소비 문제와 집안 위생까지 이어져 부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한꺼번에 드러냈다. 오은영이 제시한 여러 해법 가운데 김밥지옥 부부에게 가장 먼저 필요했던 변화는 무엇이었을까?
사진 : MB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