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록 유일한’ 교과서 오류까지 재검증, 100% 사료 추적

‘실록 유일한’ 교과서 오류까지 재검증, 100% 사료 추적
'실록 유일한' 교과서 오류까지 재검증, 100% 사료 추적

EBS가 광복 81주년을 맞아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박사의 생애를 1차 사료로 다시 확인하는 특집 다큐멘터리 ‘실록 유일한’을 선보인다. 2부작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은 이미 널리 알려진 미담을 반복하기보다 실제 기록과 문서를 대조해 독립운동가, 기업인, 교육자로 살아온 유일한의 행적을 다시 짚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미담보다 먼저 확인한 1차 사료

유일한은 유한양행 창업자로 널리 알려졌지만 독립운동과 교육 활동, 전 재산의 사회 환원까지 이어진 삶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으로도 자주 소개돼 왔다. 문제는 오랫동안 반복된 이야기 가운데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거나 근거가 분명하지 않은 내용도 섞여 있다는 점이다.

제작진은 이런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익숙한 에피소드를 사실로 추정하지 않는 것”을 첫 번째 원칙으로 세웠다. 과거 책과 방송뿐 아니라 유일한을 소개했던 옛 도덕 교과서의 내용까지 다시 검증 대상으로 올리고, 이미 알려진 이야기라도 1차 자료에서 근거를 찾지 못하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10여 명의 근현대사 연구자들은 지난 1년 동안 ‘신한민보’와 ‘동아일보’를 비롯한 당대 간행물을 조사했다. 여기에 유일한의 미국 관련 문서, 일본 외무성의 감시 자료, 유일한 일가의 출입국 기록과 출생·사망진단서 등을 새로 찾아내면서 한 인물의 생애를 여러 종류의 기록으로 맞춰보는 작업을 진행했다.

김도형 전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정병준 이화여대 교수, 김영수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장, 이기훈 연세대 사학과 교수,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 교수 등 국내외 근현대사 연구자들도 출연한다. 프로그램은 전문가의 설명을 덧붙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실제 문서가 무엇을 말하는지, 기존의 통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따라가는 역사 추적 방식으로 구성됐다.

소년병학교에서 OSS 냅코 작전까지

유일한의 독립운동 경력은 어린 시절 미국으로 건너간 뒤부터 장기간 이어졌다. 국가보훈부 공훈록에는 그가 네브라스카주에서 박용만이 세운 한인소년병학교에 들어가 군사훈련을 받았고, 1919년 필라델피아 한인자유대회에 참가해 한국 독립의 당위성을 알리는 결의문 작성과 낭독에 참여한 기록이 남아 있다.

이후 보스턴에서는 한국친구회 활동을 도우며 미국 사회에 한국 문제를 알렸고, 1928년에는 영문 저서 ‘한국에서의 소년시절’을 출간했다. 1940년대에는 미주 한인사회의 독립운동 조직과 선전 활동에 참여했고, 태평양전쟁 시기에는 한국의 독립 문제를 미국 사회에 알리는 문헌 작업도 이어갔다.

1942년 로스앤젤레스에서는 한인국방경위대인 맹호군 결성 과정에 참여했고, 1943년에는 재미한국연합회의 기획연구부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1945년에는 미군의 한반도 침투 계획인 냅코 작전에 참여해 제1조 책임자로 선임됐으며 무기, 비무장 전투, 지도 읽기, 파괴, 무전, 촬영, 낙하산, 비밀잉크 사용법 등을 훈련받았다.

국내 침투를 목표로 한 계획은 일본의 항복으로 실행되지 못했다. 다만 소년병학교 군사훈련부터 미주 독립운동, 선전 활동, OSS 계열 특수임무 훈련까지 이어진 기록은 유일한을 단순한 기업인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를 보여준다. 정부는 이런 공적을 인정해 1995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어려운 기록을 풀어내는 오상진

‘실록 유일한’은 역사 추적 다큐멘터리에 팟캐스트 형식을 섞은 ‘팟캐스트형 다큐멘터리’를 표방한다. 제작진이 확보한 방대한 문서와 자료는 역사적 근거를 강화하지만, 문서 자체만 이어지면 시청자가 내용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구성이다.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오상진은 ‘옛날이야기 읽어주는 DJ’ 역할로 참여한다. 평소 역사에 관심을 보여온 그는 유일한과 유한양행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풀어가면서 연구자들의 설명과 사료 사이를 연결한다. 자료를 단순히 읽는 방식이 아니라 기록 속 사건의 배경을 설명하고 시청자가 다음 자료를 이해할 수 있도록 흐름을 이어주는 역할이다.

다큐멘터리와 팟캐스트를 결합한 형식은 ‘사료 100%’라는 프로그램의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시청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선택이다. 역사적 오류를 다시 검증하는 작업과 한 인물의 삶을 이야기로 따라가는 구성을 함께 가져간다.

‘실록’에 담은 제작진의 문제의식

연출과 구성을 맡은 허성호 PD는 ‘실록’이라는 제목을 조선왕조실록에서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유일한에 관한 실제 자료를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제작진의 자부심을 제목에 담았다는 의미다.

허성호 PD는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도 있지만, 독립운동가가 세운 기업이 지난 한 세기 잘 성장해서 지금도 업계 정상에 있다는 것은 한국 사회가 함께 축하할만한 큰 복이라는 생각으로 제작에 임했다”고 밝혔다.

‘실록 유일한’ 1부는 8월 13일 목요일 밤 10시 50분, 2부는 8월 20일 목요일 밤 10시 50분 EBS 1TV에서 방송된다. 책과 방송, 교과서에서 반복된 유일한의 이야기 가운데 실제 1차 사료로 확인되는 기록과 새롭게 바로잡힐 대목은 무엇일까?

사진 : E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