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이세돌’ 알파고 10년 후 고층 외벽에 선 이세돌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국 이후 10년, 이세돌이 다시 승부의 현장에 선다. 이번에는 바둑판이 아니라 스쿠터를 몰고 고층 빌딩 외벽에 매달리며 직접 몸을 쓰는 일터다. KBS2 신규 예능 ‘백수 이세돌’은 익숙한 수읽기를 내려놓은 이세돌이 낯선 노동의 세계에서 하루를 버텨내는 리얼 아날로그 생존기를 10월부터 펼친다.

알파고 10년 뒤, 바둑판 밖으로

‘백수 이세돌’은 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와 맞붙었던 이세돌의 대국 10주년을 계기로 기획됐다. 당시 이세돌은 다섯 차례 대국에서 1승 4패를 기록했고, 네 번째 대국에서 알파고를 꺾으며 인간이 남긴 유일한 승리를 기록했다. 세기의 대국은 바둑을 넘어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남았고, 이세돌은 2019년 프로기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바둑계를 떠난 뒤 7년, 제작진이 이세돌에게 내민 다음 승부처는 정답이 정해진 바둑판이 아니다. 프로그램은 그를 ‘인류 대표 백수’로 내세우고, AI가 대신하기 어려운 실제 일터에 직접 뛰어들게 한다. 공식적으로 내건 ‘수 읽기 9단, 현장 스펙 0단’이라는 문구도 바둑에서 쌓은 압도적인 경력과 처음 겪는 노동 현장의 간극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세돌이 다양한 직업 현장을 체험하는 과정에서는 이전 경력이 곧바로 정답이 되지 않는다. 수십 수 앞을 계산하던 판단력과 냉정함이 몸으로 부딪쳐야 하는 일터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또 익숙하지 않은 일을 배우면서 어떤 시행착오를 겪는지가 프로그램의 중심이 된다.

스쿠터와 고층 외벽이 담긴 티저

공개된 티저 포스터 2종은 설명보다 장면으로 이세돌의 변화를 먼저 보여준다. 한 장에서는 탁 트인 하늘 아래 낡은 스쿠터를 몰고 어디론가 향하고, 다른 장에서는 고층 빌딩 외벽에 로프 하나로 몸을 지탱한 채 유리창을 닦고 있다. 바둑판 앞에 정좌한 모습으로 익숙했던 이세돌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두 포스터는 모두 얼굴을 정면으로 공개하지 않는다. 헬멧과 작업 장비 아래 표정을 감춘 채 일하는 뒷모습과 실루엣만으로 어떤 현장에 놓였는지 상상하게 만든다. 특히 아찔한 높이의 외벽에서 유리창을 닦는 장면은 단순한 직업 소개보다 이세돌이 실제 현장에 얼마나 깊숙이 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이미지로 쓰였다.

낡은 스쿠터 역시 목적지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이동 중인 모습만 담겼다. 제작진은 직업명을 미리 설명하기보다 이세돌이 낯선 일터를 직접 마주하는 순간을 티저의 핵심으로 내세웠다. 얼굴을 숨긴 구성은 ‘바둑기사 이세돌’보다 현장에서 움직이는 한 사람의 몸과 노동을 먼저 보게 한다.

잠실야구장 맥주 가방의 정체

포스터 공개 전부터 이세돌의 뜻밖의 근황은 이미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8월 27일 잠실야구장에 시구자로 등장해 마운드에 오른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무거운 맥주 가방을 등에 메고 관중석 계단을 오르내렸다. 시구를 마친 유명 인사가 다시 관중석에서 맥주를 나르는 장면은 현장을 찾은 관중들에게도 예상 밖이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저 사람이 진짜 이세돌 맞느냐”, “AI에게 일자리를 잃은 자의 근황”이라는 반응과 목격담이 이어졌다. 단순한 시구 행사로 보였던 일정이 실제로는 ‘백수 이세돌’ 촬영과 연결돼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가 왜 맥주 가방을 메고 직접 계단을 누볐는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야구장에서의 모습은 프로그램이 유명인의 직업을 멀리서 관찰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세돌이 실제 노동의 무게를 몸으로 경험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먼저 보여준다. 바둑판에서는 앉은 자리에서 승부를 읽었던 그가 이번에는 관중석을 오르내리고,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며 예상하지 못한 변수와 맞닥뜨리게 된다.

이명섭 PD·유지혜 작가의 리얼 노동 예능

연출은 ‘홍김동전’, ‘메소드 클럽’을 선보인 이명섭 PD가 맡고, ‘태어난 김에 세계 일주’ 시리즈에 참여한 유지혜 작가가 함께한다. 인물을 낯선 상황에 던져 자연스러운 반응을 끌어내는 리얼리티 감각과 이세돌이라는 독특한 출연자의 조합이 이번 프로그램의 또 다른 축이다.

제작진이 선택한 소재도 이세돌의 과거를 재현하는 바둑 예능이 아니라 현재의 일터다. 알파고에게 승리했던 천재 기사라는 상징성을 출발점으로 삼되, 프로그램의 시선은 ‘그 이후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질문으로 이동한다. 이세돌에게 익숙한 전략과 계산이 낯선 노동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바뀌는지가 관전 포인트가 된다.

이미 수 읽기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이세돌에게 이번에는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현실의 일터가 놓였다. ‘수 읽기 9단, 현장 스펙 0단’인 그는 몸으로 부딪치는 하루에서 어떤 선택으로 버텨낼까?

스쿠터와 고층 외벽, 잠실야구장의 맥주 가방까지 바둑판 밖에서 시작된 이세돌의 새로운 생존기는 오는 10월 KBS2 ‘백수 이세돌’에서 공개된다.

사진 : KBS 2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