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고전 역사를 바꾼 100책’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 사유재산 없는 세계의 질문
EBS(사장 김유열)는 AI 기술을 활용한 인문교양 대기획 프로젝트
의 열한 번째 고전으로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Utopia, 1516)를 선정하고,
오는 8월 17일(월)부터 평일 밤 12시 5분에 EBS 1TV에서 방송한다.
8월 17일부터 21일, 8월 31일부터 9월 4일까지 평일에 한 편씩 방영되며,
편당 15분 총 10편으로 구성됐다.
김남우 정암학당 연구원이 감수에 참여해 학문적 엄정성을 높였다.
‘유토피아’는 AI가 재현한
1530년경 런던 첼시 저택 서재의 1인칭 강의를 통해,
‘사유재산이 사라진 세상은 가능한가’라는 500년 전의 질문이
오늘날 노동·분배·복지 제도를 어떻게 비추는지를 추적한다.
1535년 7월, 런던 타워 힐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도끼날 앞에 선 전직 대법관 토머스 모어는 사형 집행관에게 농담을 건넨다.
‘내 목이 워낙 짧으니, 자네의 명성을 위해서라도
비뚤게 자르지 않도록 조심해 주겠나?’
절대 권력 앞에서도 위트와 초연함을 잃지 않았던 이 남자가,
그보다 20년 앞서 세상에 던진 것이 바로 《유토피아》다.
당대 유럽 최고의 엘리트였던 모어는 헨리 8세의 총애로
영국 최고 관직인 대법관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왕의 이혼과 수장령에 맞서 침묵을 선택했고,
그 침묵으로 반역죄 판결을 받았다.
왕은 그의 목을 벨 수 있었지만, 그의 영혼을 매수할 수는 없었다.
훗날 그의 삶을 다룬 희곡의 제목에서 따온 표현으로 그는 기억된다.
‘사계절의 사나이.’ 정치적 날씨가 아무리 바뀌어도
변치 않았던 사람이라는 뜻이다.
《유토피아》는 이 남자가 현실 정치의 한복판에서 고뇌하던 시절에
세상에 던진 위대한 처방전이다.
탐험가 라파엘 휘틀로다이우스가 신대륙 어딘가에서 발견했다는
섬 이야기라는 액자 형식을 빌렸지만, 라파엘도 유토피아 섬도 모두 모어의 상상이었다.
고위 관직자로서 파격적인 이야기를 꺼낼 때 닥쳐올 정치적 부담을 피하려는
치밀한 전술이었다.
황금으로 요강을 만들고, 하루 여섯 시간만 일하는 나라
《유토피아》가 500년을 견뎌온 힘은 구체성이다.
섬의 지도와 알파벳까지 실린 이 책은
막연한 이상이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체제를 제시한다.
사유재산이 없다. 모든 물자는 공동 창고에서 가져다 쓴다.
자물쇠도, 장부도, 지불도 없다.
모두가 2년마다 농촌으로 가 농사를 짓고,
도시에서는 각자 한 가지 기술을 익힌다.
그리고 하루에 딱 여섯 시간만 일한다.
나머지 시간은 정신의 자유와 수양을 위한 것이다.
금은 요강과 족쇄를 만드는 재료다.
아네몰리우스의 외교 사절단이 금장식을 두르고 입장했을 때,
유토피아 시민들은 그들을 죄수로 착각했다.
아이들은 킥킥댄다.
‘저 어른은 왜 아직도 보석을 달고 다녀?’
그러나 이 나라는 막대한 금을 국고에 비축하기도 한다.
전쟁 때 용병을 고용해 자국 시민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다.
2026년 현재, 1516년작 《유토피아》는 왜 유효한가
《유토피아》가 출간된 지 510년이 흘렀다.
그러나 모어가 던진 질문은 오늘의 현실에서 더 또렷하게 되살아난다.
노동 시간과 인간 존엄
하루 여섯 시간 노동, 나머지는 정신의 자유를 위한 시간.
주 4일 근무 논쟁이 세계 각국에서 실험되는 지금,
‘노동의 최소화가 인간 존엄의 극대화’라는 유토피아의 명제는
500년 전보다 더 현실적인 질문이 되었다.
불평등과 구조적 빈곤
귀족들이 양모를 위해 소작인을 몰아내던 인클로저,
도둑을 교수형에 처하면서 도둑이 생겨나는 구조는 외면하는 16세기 영국.
‘원인은 그대로 둔 채 처벌만 하는 것은 병은 놔두고 상처만 치료하는 것’이라는
라파엘의 진단은 지금도 유효하다.
오만이라는 이름의 뱀
왜 더 나은 체제를 알면서도 받아들이지 않는가.
모어의 답은 하나다.
‘오만은 지옥에서 온 뱀처럼 인간의 마음을 휘감는다.’
자신이 가진 것이 아니라 남이 갖지 못한 것으로 이득을 재는 오만이
더 나은 세상을 가로막는다. 510년 전의 진단이다.
사유재산과 노동, 빈곤의 구조를 바꾸는 제도보다 결국 더 어려운 문제로 남는 것은
그 제도를 선택하는 인간의 욕망과 오만이다.
510년 전 모어의 질문 앞에서 오늘의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EBS ‘유토피아’ 10강은
8월 17일부터 24일, 8월 31일부터 9월 4일까지
평일 밤 12시 5분에 EBS 1TV에서 방송되며,
EBS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사진 : E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