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215회 40m 물벽과 원전 폭발이 덮친 동일본 대지진 속 한국인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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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33주의 몸으로 40m 쓰나미를 뚫고 세 아이를 살려낸 한국인 어머니의 절절한 사연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3월 12일 오후 10시 20분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215회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15주기를 맞이하여 일본 관측 사상 최악의 참사 속에서 살아남은 한국인들의 처절한 생존 기록을 다뤘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자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된다. 약 5분간 이어진 강진은 열도를 이동시켰고, 해안선을 바꿨으며, 지구의 자전축까지 흔들었다. 도로가 갈라지고 건물이 붕괴된 직후 검은 물벽이 해안을 덮쳤다. 이번에는 약 40m에 달하는 쓰나미였다. 사망자는 1만 6천여 명에 달했고, 당시 동일본에 거주하던 약 1만 2천 명의 한국인 역시 공포에 휩싸였다.

리스너 츠키는 “당시 초등학생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학교에서 집에 가지 말라고 했다. 아직도 너무 생생하다. 그때 봤던 뉴스들이 충격적이었다”고 그날의 참사를 회상했다.

일본 미야기현에 살던 한국인 일광 씨는 집에서 근무를 준비하다 변을 맞았다. 6m 쓰나미 경보가 울렸지만 곧 그 높이를 훌쩍 넘는 파도가 덮쳤다. 그는 아내를 끌어안은 채 물에 휩쓸려 의식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때는 물이 가득 찬 체육관 안이었다. 잔해에 발이 끼인 채 3m 높이의 농구 골대를 붙잡고 가까스로 버텼다. 주변에는 시신이 떠 있었고, 마을은 사라졌다. 리스너 최진혁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절망적이었을 것 같다”고 탄식했다. 아이들은 기적처럼 살아 있었지만 아내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한국인 경임 씨는 임신 33주의 몸으로 세 아이를 안고 탈출했다. 남편은 의용소방대원으로 주민 대피를 돕다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그 슬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최진혁의 말처럼 참사는 가족을 갈라놓았다. 츠키는 “당시 SNS에 쓰나미가 덮치고 사람들이 ‘살려달라’고 외치는 영상이 많았다. 너무 충격적이었고 얼마나 무서웠을까 싶다”고 눈물을 흘렸다.

참사는 멈추지 않았다. 연료가 유출되며 바다 위에 불이 붙었다. 지진과 초대형 쓰나미, 대규모 화재가 불과 지진 발생 3시간 만에 연달아 발생했다. 리스너 고우림은 “평생 잊지 못하는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다”고 참담함을 함께 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한 재앙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진의 여파로 후쿠시마 원전에 쓰나미가 몰려오게 된 것. 쓰나미로 외부 전력이 끊기고, 비상 발전기마저 침수되자 ‘스테이션 블랙 아웃’이 발생했다. 냉각수가 멈추자 연료봉이 녹기 시작했고, 1호기에 이어 3호, 4호기까지 연쇄 폭발로 이어졌다. 이 같은 원전 사고는 방사성 물질 확산으로 이어져 피해는 현재까지도 계속 되고 있다.

매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에는 일본 전역에 묵념으로 그날을 기억한다. ‘꼬꼬무’의 인터뷰에 응했던 한국인 생존자들은 기억을 공유하는 일이 또 다른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고 강조해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고우림은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일상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다시는 가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갈망이라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전했으며, 츠키는 “나도 평소에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해야겠다”고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이에 방송이 끝난 후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서는 “방송 보는데 내가 숨이 막히더라.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재난이 한 번에 다 온 것 같았다”, “영화가 아니라 실화였다는 게 더 무섭다”, “마을 통째로 사라졌다는 말이 진짜 공포”, “가족이 한순간에 사라지다니 너무 슬퍼”, “살아있는 거 자체가 기적이다”, “이런 이야기는 계속 기억해야 한다” 등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당시 동일본 대지진 현장에서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꽃피운 숨은 영웅들이 있었다. 영국에서 쓴 SNS 글로 어머니와 수백 명의 시민들을 구한 아들의 사연부터, 과거 거센 항의에도 불구하고 수문을 완공하여 대형 쓰나미를 극적으로 막아낸 ‘와무라 고토쿠’ 촌장의 이야기까지 알려지며 감동을 전했다.

참혹한 재앙 앞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버텨낸 교민들의 연대 의식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한편,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215회는 3월 12일 목요일 오후 10시 20분에 방송됐다.

사진 :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