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리스트 109 7회 장동선, 인순이 ‘거위의 꿈’에 눈물

플레이리스트 109 7회 장동선, 인순이 '거위의 꿈'에 눈물

9월 1일 방송된 MBC ‘오늘을 버틴 노래-플레이리스트 109’ 7회에서 뇌과학자 장동선이 오랫동안 품어온 가족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꺼냈다. 자신의 버팀송인 카니발의 ‘거위의 꿈’을 부르기 위해 인순이가 깜짝 등장하자 장동선은 눈물을 보이며 지난 시간을 다시 마주했다.

장동선이 풀어낸 생활 밀착형 뇌과학

장동선은 먼저 ‘자칭타칭 투머치 토커’라는 별명에 걸맞은 입담으로 등장했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뇌과학을 일상적인 사례와 연결해 설명하면서 3MC 이석훈, 이준, 딘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등장 초반에는 화려한 스윙 댄스로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며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이후 이야기가 뇌과학과 가족사로 이어지면서 웃음으로 시작한 만남은 장동선이 지나온 시간을 듣는 자리로 바뀌었다. 밝은 첫인상과 뒤이어 나온 고백의 간격도 그의 사연을 더 또렷하게 만들었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면 뇌의 ‘청소’ 과정이 원활하지 않아 치매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행동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생활 속에서 직접 적용할 수 있는 뇌과학 이야기를 풀어냈다.

사람의 행동이 왜 그렇게 나타나는지 궁금했던 경험은 장동선이 뇌과학을 공부하게 된 이유와도 맞닿아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이 무엇을 보고 자신에게 그렇게 행동하는지 알고 싶었고, 사람 자체를 연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뇌과학에 끌렸다고 설명했다.

전문 분야를 설명하던 장동선은 자신의 삶으로 이야기의 방향을 돌렸다. 독일 생활을 마치고 가족이 한국으로 돌아온 뒤 아버지가 사기 피해를 겪고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겹쳤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가족에게 닥친 시련을 털어놨다.

장동선의 부모는 독일에서 일을 하며 귀국 뒤의 생활을 준비했지만 한국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아버지가 지인에게 큰 사기 피해를 당했다. 가족이 오랫동안 마련해온 생활 기반이 흔들리면서 경제적인 문제가 겹쳤고, 어린 장동선에게도 가정의 불안이 고스란히 남았다.

가족의 어려움은 어린 장동선에게 오랫동안 남는 상처가 됐다. 어머니를 떠나보낸 뒤 방황했던 시간까지 이어졌고, 그는 자신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고 고백했다.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남은 기억도 긴 트라우마로 이어졌다. 세상을 떠나기 전 어머니가 남긴 용서에 관한 마지막 질문은 장동선에게 오래 남았고, 그는 과거의 사건을 억지로 지우는 대신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까지 약 30년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30년 트라우마와 ‘거위의 꿈’

힘든 기억을 억지로 좋은 추억으로 바꾸거나 애써 외면하는 방식은 자신에게 답이 아니었다고 했다. 장동선은 자신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하며 오랜 시간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 경험을 나눴다.

그가 선택한 버팀송은 카니발의 ‘거위의 꿈’이었다. 힘든 시기에 붙잡았던 노래가 스튜디오에 흘러나오던 순간 원곡 가수 인순이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면서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라졌다.

예상하지 못한 만남에 장동선은 인순이와 눈을 마주친 순간부터 눈물을 보였다. 인순이는 그의 감정에 공감하며 ‘거위의 꿈’을 직접 불렀고, 자신의 노래로 누군가 희망이나 위로를 얻었다면 직접 찾아가 불러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는 마음도 전했다.

장동선은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뇌과학자로서의 메시지도 남겼다. 지나치게 힘들고 우울한 상태에서는 뇌가 바라보는 세상의 범위 자체가 좁아질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삶에 남은 가능성과 앞으로 만날 기회까지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영옥이 지나온 해방과 전쟁의 시간

이어 등장한 김영옥은 89세 국내 최고령 여배우이자 오랜 세월을 살아온 ‘인생 선배’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여덟 살 때 해방을 맞아 사람들이 국기를 들고 만세를 외치는 장면을 직접 봤고, 불과 5년 뒤에는 6·25 전쟁을 겪었다고 회상했다.

어린 시절에는 전쟁 자체보다 힘들어하는 부모의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가슴 아프게 남았다고 했다. 이후 약 70년에 걸쳐 배우로 살아오는 동안 개인적인 굴곡도 이어졌고, 남편을 비롯해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들과의 이별도 겪었다.

김영옥에게 최근의 가장 큰 이별은 올해 5월 세상을 떠난 남편이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면 남편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며 오래 함께한 사람에게 더 따뜻하게 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도 숨기지 않았다.

김영옥은 전쟁과 가난 같은 시대의 고비뿐 아니라 가족에게 닥친 개인적인 아픔도 견뎌왔다. 그래서 슬픔을 당장 정리하거나 없애야 할 감정으로 보기보다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함께 안고 살아가는 자신의 방식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그럼에도 삶에서 오는 슬픔을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감정을 억지로 정리하기보다 찾아오는 일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간다는 태도는 해방과 전쟁, 배우 생활과 가족의 이별을 모두 지나온 사람의 말이라는 점에서 무게를 더했다.

딘딘의 ‘슬픈 인연’에 가족 떠올린 김영옥

김영옥의 버팀송은 나미의 ‘슬픈 인연’이었다. 평소 김영옥과 각별한 관계를 이어온 ‘찐손주’ 딘딘이 직접 노래를 불렀고, 김영옥은 무대를 바라보며 남편과 먼저 떠나보낸 가족들을 떠올렸다.

노래가 끝난 뒤 김영옥은 그들을 “제대로 추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노래를 들을 수 있었던 순간을 “나한테는 축복”이라고 표현했고, 딘딘도 지금까지 자신이 불렀던 노래 가운데 가장 힘든 무대였다고 할 만큼 깊은 감정을 쏟아냈다.

먹먹한 분위기 속에서도 두 사람 특유의 관계는 웃음을 만들었다. 김영옥은 거창한 감사 대신 평소처럼 딘딘에게 핀잔을 섞어 애정을 표현했고, 실제 손주와 할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티격태격한 모습에서도 서로를 향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방송에서도 두 사람을 두고 “진짜 친손주 같다”는 반응이 나올 만큼 남다른 호흡이 이어졌다. ‘슬픈 인연’이 남긴 슬픔 뒤에 익숙한 농담과 웃음이 이어지면서 두 사람이 쌓아온 관계가 한층 또렷하게 보였다.

임영웅 향한 김영옥의 ‘찐팬’ 면모

김영옥의 임영웅을 향한 팬심도 분위기를 바꿨다. 힘든 시기를 보내던 때 사위의 추천으로 임영웅의 무대를 접한 뒤 울고 웃으며 팬이 됐다는 그는 “1등 못 하면 어떡하나 하는 조바심은 생전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명예 손주’ 딘딘은 곧바로 질투를 드러냈다. 임영웅과 자신 중 한 명을 선택해달라고 요구하는 신경전을 벌이며 앞서 이어진 무거운 이야기 사이에 유쾌한 웃음을 더했다.

두 사람의 고백에 이어진 시청자 공감

방송 이후 시청자들은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온 두 게스트의 이야기에 공감했다. 인순이가 ‘거위의 꿈’을 부르는 장면에서 장동선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는 반응이 나왔고, 해방과 전쟁, 가족과의 이별을 지나온 김영옥의 이야기가 깊이 와닿았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지금 힘든 내 삶도 언젠가는 그렇게 지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공감도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나의 힐링 프로그램. 마지막이 다가오는 게 너무 아쉬워요”, “MC 조합도 너무 좋고 게스트도 좋고 자극 없이 세상 편안한 프로”, “좋은 방송입니다”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누군가가 겪는 힘든 시간을 다른 사람이 대신 지나줄 수는 없다. 먼저 그 시간을 통과한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꺼내며 “나도 그랬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현재를 견딜 작은 힘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 두 사람의 고백을 통해 드러났다.

장동선의 눈물과 인순이의 ‘거위의 꿈’, 김영옥의 89년 세월과 담담한 고백은 음악과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위로를 전해온 ‘플레이리스트 109’의 의미를 다시 보여줬다. 거창한 해답보다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내놓는 방식이 현실적인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방송이 남긴 여운이다.

다음 8회에서는 시청자들을 직접 초대해 진행한 특별한 ‘플레이리스트 109 청음회’ 현장이 공개된다. 그동안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버팀송과 출연자들의 이야기, 이석훈·이준·딘딘이 함께한 음악 여정을 시청자들과 되짚으며 8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시청자들과 지나온 버팀송을 다시 돌아볼 마지막 청음회를 앞두고도 7회에서 선명하게 남은 장면은 장동선이 자신의 상처를 노래 앞에서 다시 마주한 순간이었다. 인순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끝내 눈물을 보인 장동선에게 ‘거위의 꿈’은 과거를 지우는 노래가 아니라 지나온 시간을 다시 바라보게 한 버팀송이었다. 30년에 걸쳐 상처를 마주해온 그의 고백과 눈물이 같은 노래를 붙잡고 있는 누군가에게도 작은 가능성을 보여준 순간 아니었을까?

사진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