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30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 983회에서는
박미선, 김정난, 김새롬, 김수미가 한자리에 모여
아픔과 우정, 사랑과 새로운 도전을 지나온
각자의 시간을 솔직하게 꺼내놓았다.
‘멋진 언니는 내가 할게, 동생은 누가 할래’ 특집으로
꾸며진 이날 방송은 무거운 경험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네 사람이 특유의 유머로 자신의 현재를 이야기해
웃음과 진솔한 고백이 함께 이어졌다.
김정난 성공한 덕후 장면 최고 4.4%
1일 닐슨코리아 집계에서 ‘라디오스타’는
전국 시청률 기준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이날 순간 최고 시청률은 4.4%까지 올랐다.
최고의 1분을 만든 주인공은 김정난이었다.
오랫동안 자신이 좋아한 분야를 꾸준히 즐긴 끝에
말 그대로 ‘성공한 덕후’가 된 일상을
공개한 장면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모였다.
김정난은 데뷔 때부터 눈여겨봤던
에이티즈의 콘서트에 초대받아 다녀왔다고 밝혔다.
콘서트 만족도를 “200%”라고 표현할 만큼
무대를 제대로 즐겼다고 말했다.
아이돌뿐 아니라 게임을 향한 관심도 오래됐다.
김정난은 약 30년 동안 게임을 즐겼고,
2D 시절부터 ‘디아블로’를 플레이했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한 게임을 좋아해 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게임사에서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성기사 방패를 직접 선물하기도 했다.
에이티즈 콘서트 초대와 각인 방패를 얻은 이야기가
이날 최고 시청률을 만든 장면으로 이어졌다.
16차례 항암에도 웃음을 택한 박미선
방송 초반 가장 먼저 깊은 이야기를 꺼낸 사람은
박미선이었다. 그는 유방암 진단을 받은 뒤
림프절 전이까지 확인돼 모두 16차례
항암 치료를 받았던 시간을 돌아봤다.
처음에는 주변에 투병 사실을 널리 알리지 않고
조용히 치료를 마친 뒤 방송으로 돌아올 생각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활동이 멈추자
주변의 걱정과 여러 추측이 커졌다.
온라인에서는 급기야
‘박미선 장례식’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생겼고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장례식 영상까지 등장했다.
지방에 있는 친척들에게 연락이 올 정도로
근거 없는 이야기가 빠르게 퍼졌다고 했다.
결국 박미선은 자신의 생존을 직접 알리기 위해
지난해 11월 방송에 모습을 드러냈다.
치료에 집중하고 싶어 조용히 지냈던 선택이
오히려 가짜뉴스로 이어지자 직접 나선 것이다.
치료 과정에서는 가능한 한
밝은 마음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항암 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져
삭발을 해야 했던 순간에도 울기보다
영화 ‘매드맥스’의 퓨리오사를 떠올렸다.
박미선은 삭발한 모습을 기념사진으로 남기며
힘든 순간을 유머로 받아들이려고 했다.
자신이 무너지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더 힘들어할 것 같았다는 이유였다.
힘든 치료를 가볍게 여겼다는 뜻은 아니었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치료를 받는 사람도 있다는 생각에
투병 경험을 말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고 겁이 났다고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암 진단 뒤 다시 바라본 이봉원
투병은 남편 이봉원을 바라보는
박미선의 시선에도 큰 변화를 만들었다.
암 진단 사실을 확인했을 때
가장 먼저 알린 사람도 이봉원이었다.
박미선은 남편에게 문자로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을 전했다.
문자를 읽은 뒤에도 한동안 답장이 없어
이봉원 역시 갑작스러운 소식에
크게 놀랐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잠시 뒤 이봉원에게 답장이 도착했다.
“괜찮을 거야. 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라는 내용이었다.
평소 그런 말을 쉽게 하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박미선에게는 예상하지 못한 위로였다.
그동안 남편에게 품고 있던 서운함도
그 한마디를 계기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박미선은 치료를 받으며
남편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이혼하거나 좋아지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결과는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지는 쪽이었다.
이봉원의 배려를 겪으며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던 감정이
눈 녹듯 풀렸다고 말했다.
자신은 오랫동안 이봉원을 감싸며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가장 힘든 순간이 되자
생각이 반대로 바뀌었다.
박미선은 자신이 보호하는 줄 알았던 남편이
사실은 자신의 울타리였다는 것을
투병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치료를 마친 뒤에는 두 사람이
신혼부부처럼 지내고 있다고도 말했다.
BTS와 변우석이 더한 새로운 활력
건강을 회복한 박미선에게는
새로운 즐거움도 생겼다.
절친 김정난의 영향을 받아
늦깎이 BTS 팬 ‘아미’가 된 것이다.
평소 아이돌에 큰 관심이 없었던 박미선은
김정난을 따라 BTS 콘서트에 갔다가
무대를 본 뒤 노래와 영상을
계속 찾아볼 정도로 빠져들었다.
과거 행사장에서 신인이던 BTS를
‘광탄소년단’이라고 잘못 소개했던 일도
뒤늦게 흑역사로 소환했다.
그때는 팀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콘서트를 직접 찾아다니는 팬이 됐다.
SNS에 BTS 팬이 됐다는 글을 올린 뒤
뷔가 직접 ‘좋아요’를 누른 일도 있었다.
김정난과의 덕질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두 사람은 연말 방콕에서
BTS 공연을 함께 보기 위한
해외 원정도 계획하고 있다.
긴 치료 기간 동안 쉽게 하지 못했던
장거리 여행이라는 점에서도
박미선에게는 의미가 있는 일정이다.
배우 변우석을 향한 팬심도 공개했다.
‘선재 업고 튀어’를 보고 변우석에게 빠진 뒤
유재석이 그와 콘텐츠를 촬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전화를 걸어 사인을 부탁했다.
사인이 바로 오지 않자 유재석에게
다시 연락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결국 유재석은 주우재를 통해
변우석의 사인을 전달했다.
사진에는 박미선이 원했던
‘미선 누나 사랑해용’이라는 문구까지 적혀 있었다.
박미선은 자신이 부탁한 내용 그대로
써줬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변우석이 모델인 치킨 브랜드의
포장백도 특별한 소장품이 됐다.
얼굴이 인쇄된 포장백 밑부분에
빳빳한 종이까지 넣어 모양을 잡은 뒤
토트백처럼 들고 다닌다고 했다.
박미선은 명품백보다
그 포장백에 더 자주 손이 간다고 말했다.
치료 이후 새롭게 시작한 팬 생활이
일상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된 셈이다.
갑상샘암 고백한 김정난과 20년 우정
박미선의 이야기를 듣던 김정난도
자신이 겪었던 일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올해 초 갑상샘암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이었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해
항암 치료 없이 수술을 받았고,
이후에도 유튜브와 드라마 촬영을 이어가
주변에서는 수술 사실을 거의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몸과 마음이 지치게 된 배경에는
지난해 겹쳐 찾아온 여러 이별도 있었다.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키우던
고양이 세 마리까지 차례로 세상을 떠났다.
힘든 일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집에서 쓰러진 적도 있었다.
박미선은 당시 김정난이 넘어지면서
턱까지 크게 다쳤다고 설명했다.
김정난이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던 날
옆에 있어 준 사람은 박미선이었다.
혼자 병원에 가겠다는 김정난에게
박미선은 “혼자 가지 마”라고 말했다.
당시 박미선 역시 자신의 치료를 받고 있었지만
친구의 검사 결과를 함께 들으러 갔다.
수술을 받는 날에도 박미선을 비롯한
가까운 사람들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두 사람은 약 20년 동안
오랜 우정을 이어온 사이였다.
공통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친구를 통해 가까워진 뒤
‘아.우.디.’라는 모임도 함께해왔다.
‘아줌마들의 우정은 디질 때까지’라는 뜻의
모임 이름처럼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서로의 곁을 지켜왔다.
여섯 명의 멤버 가운데 세 명이
암을 경험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박미선은 모임 이름을
‘암스트롱’으로 바꾸자고 농담했다.
쉽지 않은 경험을 말하면서도
두 사람이 웃음을 놓지 않는 방식이었다.
투병의 시간까지 함께 지나오면서
두 사람의 오랜 우정도 더 선명해졌다.
김새롬이 다시 꺼낸 결혼과 가족
이어 김새롬은 사랑과 결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스스로를 ‘돌싱 아이콘’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재혼 가능성을 닫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남자 쪽에는 서장훈이 있다면
여자 쪽에는 내가 하겠다”며
자신의 상황을 유머로 풀어냈다.
두 번째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고,
이혼 뒤에도 연애 자체를
쉰 적이 없다고 밝혔다.
결혼뿐 아니라 아이에 대한 생각도 있었다.
어릴 때부터 다자녀 가정을 꿈꿨고
가족이 함께 탈 수 있는 차도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에 포함돼 있었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몸만 들어와도 될 정도로 준비돼 있다”고 말했고,
미래 자녀의 교육 환경을 생각해
학군까지 고려하며 집을 알아본다고 했다.
새로운 가정을 향한 준비는 구체적이었지만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고민도 있었다.
6∼7년 전부터 시작한 유튜브였다.
채널을 운영하는 동안 제작사가
여러 차례 바뀌었고,
잘 맞는 파트너를 찾는 과정이
계속 어렵게 느껴졌다고 했다.
김새롬은
“제작사를 찾는 게 남편감 찾는 것만큼 어렵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구라는 완벽하게 맞는 제작사를
기다리기보다 우선 콘텐츠를
계속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미선 역시 배우자도 처음부터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은 아니라며 김새롬의 고민에 공감했다.
조혜련 권투부터 세바퀴까지 돌아본 예능 생활
김구라는 김새롬에게
과거 조혜련과 벌였던 권투 대결을
유튜브 소재로 활용해보라고 제안했다.
2006년 추석 특집 방송 당시
김새롬은 조혜련과 실제 권투 대결을 벌였고,
경기 도중 충격을 받아 실신한 장면이
오랫동안 온라인에서 회자됐다.
약 20년이 지나서도 계속 언급되는
자신의 과거 영상이 새로운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김구라의 제안에 김새롬은
“좋은 소스 감사하다”고 받아쳤다.
과거 예능 활동을 돌아보면서는
가장 힘들었던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세바퀴’를 꼽았다.
당시에는 매번 녹화가 끝날 때마다
성적표를 받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방송에서 활약하면 앞자리로 가고
그렇지 않으면 뒤로 밀리는 분위기가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장도연은 이런 좌석 이동을
영화 ‘설국열차’에 빗대며 웃음을 더했다.
선배들의 강한 멘트도
당시 어린 김새롬에게는 쉽지 않았다.
선배들이 자신을 싫어해서 공격한다고 생각해
주눅이 들었던 순간도 많았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 다시 돌아보니
그 말들은 후배가 받아쳐
웃음을 만들 수 있도록 던져준
애드리브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세바퀴’ MC였던 박미선 앞에서
이제야 그 의미를 알겠다고 털어놓으며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도 돌아봤다.
김수미의 뷰티 사업에서 새로운 도전까지
마지막으로 김수미는
사업가와 인플루언서로 살아온
자신의 현재를 공개했다.
직접 운영했던 뷰티 브랜드는
H&B 스토어 입점 뒤 완판을 기록했고
일본 시장까지 진출했다.
사업의 출발점은 자신의 피부였다.
원래 피부가 좋은 편이 아니었던 그는
피부가 달라지는 과정을
주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공유했다.
그러다 자신처럼 예민한 피부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 사업으로 이어졌다.
현재는 SNS에서 패션과 뷰티 콘텐츠를 만들며
또 다른 방식으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민낯에서 메이크업과 헤어를 완성해가는
릴스가 특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인기 영상은 조회 수 100만 회를 넘겼고
SNS에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럭셔리 뷰티 브랜드의
해외 행사에도 초청받았다.
해외 행사에서는 비즈니스석 항공권과
리무진까지 제공받았다고 밝혀
출연진의 관심을 모았다.
김수미는 최근 젊은 세대가 즐기는
사진 촬영법도 직접 소개했다.
몸을 길게 보이도록 찍는 기존 방식과 달리
위에서 광각으로 내려찍는 방식이었다.
얼굴은 크게 나오고
다리는 일부러 짧게 보이도록 만드는
이른바 ‘항공 MZ 샷’이다.
출연진이 직접 포즈를 따라 하면서
스튜디오에도 웃음이 이어졌다.
뷰티에 대한 관심은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다.
미국 유학 당시 화장품을 살 여유가 부족하자
대형마트 화장품 코너에서 여러 제품을
직접 테스트했던 기억도 공개했다.
최근에는 익숙한 뷰티와 SNS를 넘어
연기라는 새로운 분야에도 도전하고 있다.
마흔을 넘긴 뒤 연기 선생님을 찾아가
수업을 시작했고 실제 오디션까지 경험했다.
함께 연기해보고 싶은 배우로는
손석구를 꼽았다.
새로운 분야에서는 작은 역할이라도
직접 부딪쳐보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박미선과 김정난은 아픔을 통과하며
더 단단해진 우정을 보여줬고,
김새롬은 다시 사랑하고 가족을 꾸리는
미래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
김수미는 익숙한 성공에 머물지 않고
사업과 SNS를 지나 또 다른 분야로
계속 발을 내딛고 있었다.
아픔을 숨기지 않고 웃음으로 꺼내고,
지나간 실패를 다음 선택의 재료로 삼으며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 네 사람의 이야기가
983회를 채웠다.
서로 다른 시간을 지나온 네 사람 가운데
지금 자신의 삶과 가장 닮아 있는
‘멋진 언니’의 이야기는 누구였을까?
사진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