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말고 다른 연애’ 서강준의 눈동자에도 연기력이 담겨있다

'너 말고 다른 연애' 서강준의 눈동자에도 연기력이 담겨있다

서강준이 KBS2 ‘너 말고 다른 연애’에서 10년 동안 한 사람을 사랑해온 남자의 시간을 눈빛과 표정, 말투의 미세한 변화로 쌓아가고 있다. 막 사랑을 시작한 순간의 두근거림과 오래 함께한 연인의 편안함, 관계가 흔들리며 찾아온 불안까지 같은 사랑 안에서 달라지는 감정의 온도를 세밀하게 나눠 보여준다.

설렘과 익숙함 사이의 10년

연애 초반을 담은 과거 장면에서 서강준은 안은진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달리한다. 눈빛에는 상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설렘이 묻어나고, 표정과 몸짓에는 감정을 숨길 이유가 없는 연인의 풋풋함이 살아 있다. 귀엽고 다정한 애정 표현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두 사람이 왜 오랜 시간 연인이 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한다.

10년이 흐른 현재는 전혀 다른 결이다. 서강준은 일부러 큰 감정을 만들기보다 오래 함께한 사람에게만 가능한 익숙한 말투와 편안한 시선을 택한다.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안은진의 기분을 읽고, 사소한 일상을 챙기는 모습에서는 연애가 어느새 생활이 된 관계의 시간이 드러난다.

이 변화는 사랑이 옅어졌다는 뜻으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처음의 두근거림이 사라진 자리에 신뢰와 습관, 서로에게 기대는 마음이 들어섰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설렘과 익숙함을 서로 반대되는 감정으로 단순하게 나누지 않는다.

말보다 먼저 흔들리는 눈빛

관계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서강준의 표현도 조금씩 달라진다. 평소에는 편안했던 시선에 망설임이 생기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유지하려 할수록 순간적으로 번지는 불안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큰 동작보다 눈빛과 호흡의 변화로 드러내는 방식이다.

2회에서 결별한 뒤에도 안은진을 걱정하며 집을 찾아가 도어락을 챙기고, 결국 떠나는 연인을 붙잡아 청혼하는 장면에서도 이런 특징이 두드러졌다. 미련을 감추려던 담담한 표정에서 절박함으로 넘어가는 과정과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맞물리며 오랜 연인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전달했다.

4회에서는 안은진의 영화에 대한 꿈을 지켜주려는 마음이 차분한 말투와 부드러운 눈빛으로 표현됐다. 반대로 가족과 관련된 상처가 드러나는 순간에는 같은 얼굴에서 전혀 다른 무게가 느껴졌다. 서강준은 감정을 설명하는 대사보다 감정을 삼키는 순간을 길게 남겨 남궁호의 내면을 보여줬다.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온도

안은진과 함께할 때의 서강준은 오랜 연인 특유의 자연스러운 다정함을 앞세운다. 서로의 생활 습관과 반응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행동하고, 감정이 격해져도 상대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돌아가려 한다. 두 배우가 10년 연인의 시간을 설득력 있게 만드는 지점도 이런 생활감에 있다.

반면 직장 후배 조아람과 마주하는 장면에서는 분위기가 달라진다. 오래된 연애 안에서는 거의 사라졌던 낯선 긴장과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 들어오면서 서강준의 표정과 템포도 조금 가벼워진다. 같은 인물이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온도를 보여주면서 익숙한 사랑과 새롭게 찾아온 감정의 차이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서강준은 작품 공개 전 안은진과의 호흡에 대해 서로 주고받는 것이 놀랍도록 잘 맞았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바 있다. 실제 장면에서도 과장된 연기보다 서로의 반응을 받아 이어가는 호흡이 중심에 놓이면서 장기 연애의 친밀감이 강화됐다.

멜로를 채우는 작은 디테일

서강준의 연기는 ‘설렘’, ‘편안함’, ‘불안’을 각각 다른 표정 하나로 나누기보다 한 감정이 다음 감정으로 넘어가는 사이를 보여주는 데 힘을 둔다. 눈빛의 깊이, 대사를 꺼내는 속도, 목소리의 높낮이와 침묵의 길이를 조절하면서 같은 인물이 10년이라는 시간을 지나왔다는 느낌을 쌓아간다.

특히 안은진과 일상을 공유할 때는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다정함을 보여주다가 관계가 흔들리면 말보다 먼저 시선이 바뀐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순간에도 눈동자가 오래 머물거나 표정이 잠깐 굳는 식으로 쉽게 꺼내지 못하는 마음을 전달한다.

그래서 남궁호의 사랑은 연애 초반과 현재가 완전히 다른 두 얼굴로 분리되지 않는다. 풋풋했던 사랑이 익숙함으로 변했고, 그 익숙함을 잃을 위기에 놓인 뒤에야 얼마나 깊이 의지하고 있었는지 깨닫는 흐름이 하나의 감정선으로 이어진다.

10년의 사랑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것은 큰 대사보다 상대를 바라보는 짧은 순간일지도 모른다. 익숙함 속에서 다시 흔들리기 시작한 서강준의 눈빛이 앞으로 남궁호의 선택을 어디까지 보여주게 될까?

사진 : KBS, 유니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