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리카겔이 3년 만의 정규앨범 ‘Ballad of You’를 들고 아침 라디오를 찾았다. 멤버들은 앨범을 관통하는 ‘나선탈각’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12곡에 어떤 변화를 담았는지 직접 풀어냈다.
청산가리와 실리카겔의 화학 농담
실리카겔은 이른 아침부터 스튜디오 분위기를 빠르게 끌어올렸다. 테이가 고등학교 시절 록밴드 활동을 시작했고 당시 밴드 이름이 ‘청산가리’였다고 밝히자 김한주는 “같은 화학 계열”이라고 받아쳤다. 화학물질 이름을 밴드명으로 썼다는 공통점을 곧바로 짚은 한마디에 스튜디오에도 웃음이 번졌다.
테이의 과거 밴드 이야기로 분위기를 푼 실리카겔은 새 정규앨범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실리카겔이 약 3년 만에 내놓은 정규 3집의 정확한 제목은 ‘Ballad of You’다. 2023년 정규 2집 ‘POWER ANDRE 99’ 이후 선보인 정규작으로, 지난 20일 오후 6시 국내외 음원 플랫폼에 공개됐다.
‘Ballad of You’를 관통한 ‘나선탈각’
멤버들이 이번 앨범을 설명하며 꺼낸 중심 키워드는 ‘나선탈각’이었다. 불교의 윤회 사상을 같은 자리를 되풀이하는 평면적인 순환이 아니라 깊이와 방향성을 가진 입체적인 움직임으로 다시 바라본 개념이다.
실리카겔은 AI와 대화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이 단어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나선탈각’을 음악으로 풀어내면서 이전 앨범과는 다른 변화를 시도했고, 앨범의 음악과 시각 이미지에도 해당 개념을 연결했다고 밝혔다.
새 앨범은 이전 작업에서 강하게 드러났던 금속성 질감에서 한 걸음 벗어나 연주감과 라이브감을 더 앞세웠다. 실리카겔은 앞서 ‘BIG VOID’와 ‘Molecular Gastronomy’를 차례로 공개하며 변화를 먼저 보여줬고, 정규 3집에서는 그 흐름을 12개 트랙으로 넓혔다.
12개 트랙의 다른 결
앨범에는 ‘Dr. BOB’, ‘Melatonin 88mg’, ‘Crybaby’, ‘Molecular Gastronomy’, ‘Manphasickzuck’, ‘You Just Wanna Have Fun’, ‘Crime Scene’, ‘Metamorphosing’, ‘Postpink’, ‘Up Quark’, ‘BIG VOID’, ‘Accident’까지 12곡이 실렸다. 각각 다른 질감을 지닌 곡들이 한 장의 정규앨범 안에서 이어진다.
타이틀곡 ‘Manphasickzuck’은 통일신라 시대 설화에 등장하는 피리 ‘만파식적’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앨범 커버 역시 문자와 특수기호로 이미지를 만드는 아스키 아트를 활용했고, 새의 날갯짓과 12개 수록곡을 떠올리게 하는 열두 인물의 형상을 종이 질감 위에 겹쳤다.
전작에서 두드러졌던 금속성 이미지와 다른 방향은 시각적으로도 이어졌다. 음악에서 연주감과 라이브감을 강조했다면 앨범 커버에서는 종이의 질감과 아스키 아트를 앞세워 새 정규작의 변화를 드러냈다.
제목에 ‘Ballad’가 들어간 이유를 두고도 이야기가 이어졌다. 테이는 “혹시 실리카겔표 발라드가 나오는 건가 걱정했다”고 농담하며 멤버들을 견제했고, 실리카겔은 12개 트랙에 각각 녹여낸 음악적 색깔을 설명했다.
새 음반의 무대도 예정돼 있다. 실리카겔은 9월 26일과 27일 서울 KSPO DOME에서 새 앨범 수록곡을 중심으로 단독 공연을 열고, 이후 여러 아시아 도시를 도는 첫 아시아 투어를 이어간다.
‘실례카겔’ 패러디 반응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은 ‘실례카겔’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는 다시 장난스럽게 바뀌었다. 코미디 크루 ‘스낵타운’이 실리카겔의 음악과 무대를 패러디해 만든 ‘실례카겔’을 두고 멤버들은 솔직하면서도 재치 있게 반응했다.
실리카겔은 처음 패러디를 접했을 때 “경외를 느꼈다”고 표현했다. 이어 “저희보다 더 유명한 것 같다”고 말하며 자신들을 소재로 만든 ‘실례카겔’의 화제성을 웃음으로 받아쳤다.
‘실례카겔’을 두고 “경외를 느꼈다”면서 자신들보다 더 유명한 것 같다고 웃은 대화도 결국 실리카겔 특유의 방식으로 이어졌다. 새 앨범의 ‘나선탈각’을 설명하던 진지한 모습 가운데 어떤 대목이 가장 실리카겔답게 느껴졌을까?
이날 실리카겔은 ‘Ballad of You’를 관통하는 ‘나선탈각’을 직접 설명하며 3년 만의 정규앨범에서 달라진 음악의 방향을 풀어냈다. 낯선 개념을 음악으로 옮긴 과정은 12개 트랙과 새 무대에서 다시 이어진다.
사진 : MB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