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공감’ 임미정·용리와 돌아온 탕자들

'스페이스 공감' 임미정·용리와 돌아온 탕자들

한 무대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재즈가 만난다. 오랜 시간 피아노를 중심으로 정통 재즈의 깊이를 쌓아온 임미정과 록·전자음악·즉흥연주를 한데 섞어 새로운 소리를 만드는 용리와 돌아온 탕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현재의 재즈를 들려준다.

임미정과 나디아 노르드하우스의 22년 호흡

먼저 무대에 오르는 주인공은 20년 넘게 꾸준히 재즈의 길을 걸어온 피아니스트 임미정이다. 정규 6집 ‘Impromptu’로 2026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연주 음반을 수상한 그는 오랜 친구인 트럼펫 연주자 나디아 노르드하우스와 함께 무대를 꾸민다.

임미정은 버클리 음대를 거쳐 뉴욕 맨해튼 음악대학에서 재즈 피아노를 공부했고, 데뷔 이후 피아노 트리오와 다양한 편성으로 자신의 음악을 이어왔다. 여섯 번째 정규 음반 ‘Impromptu’는 다시 뉴욕에서 작업하며 완성한 앨범으로, 즉흥연주와 탄탄한 곡의 구조를 함께 담았다.

이번 앨범에는 나디아 노르드하우스가 트럼펫과 플루겔혼으로 참여했다. 두 사람은 맨해튼 음대 시절부터 오랜 시간 우정을 이어온 사이로, 말보다 연주를 통해 서로의 다음 움직임을 읽을 만큼 긴 음악적 시간을 함께 보냈다.

임미정 역시 “연주자와 호흡이 딱 맞았을 때 가장 짜릿하다”고 밝히며 두 사람이 만들어낼 시너지를 예고한다. 피아노가 리듬과 화성을 열면 트럼펫이 선율을 이어받고, 정해진 구조 안에서도 순간마다 달라지는 즉흥연주가 무대의 흐름을 바꾼다.

‘Impromptu’부터 ‘Subtle Notice’까지

두 사람은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작 ‘Impromptu’에 담긴 음악을 중심으로 무대를 펼친다. 앨범과 같은 제목의 ‘Impromptu’는 연주자의 즉흥성을 적극적으로 살린 업템포 스윙곡으로, 임미정의 피아노와 다른 연주자들의 호흡이 빠르게 교차한다.

‘Sketches of Spring’은 보다 잔잔하고 서정적인 흐름을 가진 곡이다. 강하게 밀어붙이기보다 여백과 선율을 살리면서 임미정이 보여온 섬세한 재즈의 색을 드러낸다.

이어지는 ‘Subtle Notice’는 베이스의 반복되는 움직임 위에서 코드의 색채와 박자가 조금씩 달라지는 곡이다. 여러 변박이 섞이는 구조 속에서도 연주자들이 서로의 소리를 따라가며 하나의 흐름을 만드는 과정이 중요한 곡이다.

임미정의 무대는 익숙한 재즈 어법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즉흥연주를 통해 같은 곡이 매번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장르의 특성을 보여준다. 오랜 시간 함께한 나디아 노르드하우스와의 연주는 그 변화를 더욱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용리와 돌아온 탕자들의 ‘현재 진행형’ 재즈

이어지는 무대에서는 용리와 돌아온 탕자들이 완전히 다른 결의 재즈를 꺼낸다. 이들은 데뷔 앨범 ‘Invisible Worker’로 2026 독일 재즈상 ‘올해의 데뷔 앨범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며 국제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용리와 돌아온 탕자들은 피아노와 작곡을 맡은 용리를 중심으로 기타 조예찬, 베이스 강환수, 드럼 석다연, 신시사이저와 전자음향의 이영우가 함께하는 팀이다. 재즈의 즉흥성을 중심에 놓으면서 록의 강한 에너지와 전자음악의 질감을 동시에 사용한다.

서울에서 결성된 이들은 비교적 짧은 활동 기간에도 유럽 무대를 오가며 자신들의 음악을 확장했다. 기타와 베이스의 거친 질감, 강하게 밀어붙이는 드럼, 신시사이저와 전자음향이 피아노와 맞물리면서 전통적인 재즈 편성과는 다른 소리를 만든다.

데뷔 음반 ‘Invisible Worker’가 다루는 중심에는 음악가를 비롯해 현대사회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 노동이 있다. 음악을 만들고 무대에 서기까지 반복되는 보이지 않는 시간과 불안, 그 안에서도 창작을 계속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재즈와 록의 언어로 풀어냈다.

자작곡 ‘Pay Day’ 역시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정당한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기 어려운 음악가들의 노동과 급여일을 기다리는 복잡한 감정을 강한 리듬과 즉흥연주 안에 담는다.

‘Pay Day’에 이어 ‘Six Seven’에서도 밴드 특유의 불규칙한 리듬과 즉흥적인 전개를 들려줄 예정이다. 안정된 그루브에 머무르기보다 일부러 균형을 비틀고 그 위에서 각 연주자가 반응하면서 용리와 돌아온 탕자들만의 긴장감을 만든다.

보컬리스트 전송이가 특별 게스트로 참여하는 ‘Fluorescent Light’도 무대에 오른다. 이 곡은 마감과 압박 속에서 무력하게 누워 있는 사람과 형광등을 향해 계속 날아드는 벌레의 모습을 겹쳐 놓으며 현대인의 불안과 움직임을 음악으로 풀어낸다.

임미정이 긴 시간 다져온 연주자 사이의 호흡으로 재즈의 깊이를 보여준다면, 용리와 돌아온 탕자들은 재즈가 록과 전자음악을 만나 어디까지 달라질 수 있는지를 들려준다. 서로 다른 두 무대가 이어진 뒤 관객에게 남을 재즈의 모습은 무엇일까?

정통적인 즉흥연주의 깊이와 장르의 경계를 밀어내는 실험적인 소리가 나란히 펼쳐지는 ‘스페이스 공감’의 재즈 무대는 9월 23일 밤 EBS1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 : E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