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4일에 방송되는 MBN ‘휴먼다큐 사노라면’ 760회에서는 자신의 집을 꽃과 물고기, 새가 어우러진 낙원으로 꾸미고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무료로 내어준 김강수 씨와 안순례 씨 부부를 만난다. 남편의 오랜 꿈으로 시작된 정원이 전주의 명소가 된 뒤, 이제는 여든을 넘긴 부부가 그 낙원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 현실적인 고민과 마주한다.
전주의 명소가 된 소문난 정원



전주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소문의 정원이 있다. 200마리의 비단잉어와 오리, 앵무새를 비롯해 500여 종의 식물까지. 동식물이 한데 어우러진, 한마디로 지상낙원이다.
그런데 사실 이곳은 남편 김강수 씨(84세)와 아내 안순례 씨(81세) 부부가 살고 있는 평범한 가정집이다. 젊어서부터 자연을 좋아했던 남편이 회갑 무렵, 아내와 재혼하면서 실현하게 된 꿈의 공간이다.
김강수 씨가 자연을 향해 품어온 마음은 오래됐다. 직접 연못을 만들고 물고기를 키우며 꽃과 나무를 하나씩 늘려갔고, 정원이 모습을 갖춘 뒤에는 자신만 즐기기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보고 싶다며 대문을 열었다. 이 공간은 과거에도 수백여 종의 꽃과 비단잉어, 인공 폭포, 노래방이 있는 무료 나눔 공간으로 알려졌고 주말이면 방문객이 100명을 넘기도 했다.
처음엔 대책도 없이 꽃과 물고기를 사들이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내도 사랑 앞에 별수는 없었다. 좋아하는 것에 여전히 설레어하는 남편을 보며, 그 소중한 꿈을 지켜주기로 했다.
그러나 남편의 취미로 시작했던 일이 입소문을 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시작은 앞마당을 개방하는 정도였지만, 어느새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음료와 다과까지 제공하게 되었다. 급기야 얼마 전부터는 노래방 시설을 갖춘 집 안 거실까지 손님에게 내어준 상황이다.
꽃을 구경하고 연못의 비단잉어를 바라보는 것뿐 아니라 음료와 과일, 먹을거리까지 나누는 일은 오랫동안 부부의 일상이 됐다. 정원을 찾은 사람에게 무언가 하나라도 더 내어주고 싶은 남편의 마음이 커질수록 준비하고 치우고 다시 정원을 돌보는 일도 함께 늘었다.
문제는 남편이 일을 벌일 때 모든 뒷감당은 아내 몫이라는 것이다. 손님들 챙기랴, 정원 일 보랴 덩달아 바빠진 아내. 사람들로 가득 찬 정원을 볼 때면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여든을 넘긴 아내에게 때로는 이런 일상이 버겁게 다가온다.
꿈꾸는 남편과 꿈지기 아내의 동상이몽

평화로워 보이는 정원 뒤에는 부부의 말 못 할 사정이 숨어 있다. 지난 10여 년간 정원을 찾은 모든 이들에게 무료로 음료와 다과, 심지어 찹쌀밥까지 대접해 온 부부.
정원을 많은 사람과 나누겠다는 마음은 한때 작은 앞마당 개방에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부부의 생활 자체가 됐다. 방문객이 늘어날수록 먹을거리와 음료를 준비하는 비용도 커졌고, 집 안과 정원의 경계도 점점 사라졌다.
사비로 운영을 이어오다 보니 결국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발 벗고 나선 것은 바로 아내 순례 씨다.


아내는 40년째, 공사 현장에서 타일 줄눈 작업을 하고 있다.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일을 쉬지 않는 건 손님들에게 음료 한 병이라도 대접하고 싶어서라는데. 남편의 꿈이었던 정원은 이제 아내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낙원이 되었다.
처음에는 남편의 끝없는 꽃 사랑과 물고기 사랑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아내도 이제는 정원을 찾은 사람들이 웃으며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 공간을 함께 지켜왔다. 남편의 꿈을 말없이 뒤에서 받쳐온 시간이 쌓이면서 아내 역시 이 정원의 또 다른 주인이 된 셈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휴식을 취하던 사이, 남편이 트럭 가득 물건을 싣고 왔다. 남편이 자주 가던 경매장이 열린 날, 손님들에게 나눠줄 과일이라며 한가득 사 온 것이다.
남편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늘 현실보다 낭만이 앞서는 남편을 볼 때면 아내는 속이 터진다. 한 사람은 찾아오는 사람에게 더 나누고 싶고, 다른 한 사람은 그 나눔을 오래 이어가기 위해 이제는 현실도 계산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실과 낭만 사이, 부부의 속사정


남편에게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잔고 부족으로 수도요금이 미출금되었다는 안내 문자. 이를 지켜보던 아내는 ‘품값 받은 걸로 내면 충분하다’라며 다독이지만, 남편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진다.
사실 남편 역시 홀로 고생하는 아내를 볼 때마다 남몰래 눈물을 훔치곤 했다. 정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좋은 것을 보여주고 무언가 하나라도 더 나눠주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지만, 그 꿈을 지키기 위해 여든을 넘긴 아내가 계속 일을 해야 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만은 없다.
그동안 미안한 마음을 누르며 버텨왔지만, 이제는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 왔다. 오랫동안 공짜로 문을 열고 손님을 맞아온 낙원을 계속 같은 방식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 부부에게도 답이 필요한 순간이다.
남편의 고민이 깊어지던 그때, 동네 노인회 회원들이 부부의 집을 찾았다. 평소 부부의 사정을 안타깝게 여겨온 노인회장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회원들과 뜻을 모아 기금함과 현수막을 준비해 온 것이다.
남편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마당 한쪽에 기금함과 현수막을 설치하는데. 다음 날 아침, 웬일인지 부부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치워야 한다는 남편과 ‘딱 한 달만 놔둬 봐’라며 팽팽히 맞서는 아내. 항상 남편의 뜻을 따라주던 아내였지만, 이번만큼은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누구에게나 무료로 문을 열겠다는 남편의 낭만과 그 낭만을 계속 지키려면 최소한의 현실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는 아내의 생각이 처음으로 정면에서 맞선다.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으로 완성해온 정원을 지키기 위해 이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들여야 한다면 김강수 씨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84세에도 꿈을 놓지 않는 남편과 그 꿈을 10년 넘게 지켜온 아내가 현실의 벽 앞에서 낙원을 지키는 방법을 찾는 이야기는 10월 4일 일요일 오후 8시 20분에 방송되는 MBN ‘휴먼다큐 사노라면’ 760회에서 공개된다.
사진 : M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