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종전 이후 200여 년에 걸쳐 열두 차례 이루어진 조선통신사의 기록을 따라, 화려한 행렬 이면에 숨겨진 엇갈린 진심을 추적한다. ‘신의를 통하는 사신’이라는 이름 아래, 조선통신사는 무엇을 통했고 무엇을 통하지 못했을까?
7월 5일 일요일 오후 9시 30분에 방송되는 KBS1 ‘역사스페셜 시간여행자’ 28회 ‘조선통신사, 통하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편에서는 제작진이 한국방송 최초로 나고야 호사문고 도쿠가와 문고 컬렉션을 취재하고, 1711년 조선통신사에게 선물을 건넨 400여 년 전통의 먹 제조 공방 고바이엔을 찾아간다. 또한 에도 시대 목판 인쇄의 현장과 일본 각지에 남아 있는 퇴계 이황의 저서들을 통해, 조선에서 건너간 유학이 일본 근대화와 어떤 내밀한 관계를 맺었는지 추적한다.
“BTS가 오는 것과 다름없어요” – 축제가 된 조선통신사

최대 500여 명의 대규모 사절단이 한양을 출발해 에도까지 왕복 4,500km, 평균 열 달을 걸어간 조선통신사. 쇄국 상태의 일본에서 외국 사신의 행렬은 그야말로 도시 전체를 들썩이게 만든 대사건이었다. 나고야 소가쿠지(崇覺寺)의 주지는 당시를 “올림픽이나 BTS가 오는 것과 같은 것”이라 표현한다.
열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조선 사신의 글씨를 집에 붙여두면 화재가 나지 않고, 임산부는 아들을 낳는다는 미신이 퍼질 정도였다. 사절단의 심부름꾼 소동에게까지 글씨를 청하고, 기모노에 조선적인 문양을 넣어 유행시킨 나라. 과연 일본은 조선통신사에게 진심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이국적인 구경거리에 열광한 것이었을까.
동상이몽 – 통했지만 통하지 못한 두 나라


도쿄 진보초 헌책방 거리, 나고야 호사문고, 도쿄 국립공문서관. 일본 곳곳에 퇴계 이황의 저서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통신사 신유한은 “조선유학자의 책 중 일본 사람들이 가장 존숭하는 건 퇴계집이다, 집집마다 읽고 외운다”고 기록했다. 에도의 승려가 퇴계 이황의 책을 사 들고, 하급 사무라이가 성리학을 배우기 시작했다. 조선의 유학은 어떻게 일본 사회 깊숙이 파고들었을까.
한편, 조선통신사가 마주한 에도는 당시 런던·파리보다 인구가 많은 백만의 대도시였다. 물자와 사람이 넘쳐나는 번성한 풍경. 그러나 조선통신사는 이를 ‘번영’이 아닌 ‘사치’로 기록했다. 유교의 눈높이에서 일본은 ‘오랑캐’였고, 일본 역시 조선을 속국으로 비난했다. 신의를 통하는 사신이라는 이름 아래, 두 나라 사이엔 오해와 불신이 차곡차곡 쌓여 갔다.
400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행렬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책을 읽는 사무라이, 에도 곳곳에 생겨난 사설 학당, 그리고 마침내 메이지 유신. 조선에서 건너간 유학의 물줄기는 일본 사회를 서서히, 그러나 근본부터 바꾸어 놓았다. 반면 조선은 달랐다. 통신사가 끊어진 뒤 국제 정세는 급변했고, 그 변화를 읽지 못했다.
제작진은 일본 각지에 남아 있는 조선통신사의 흔적을 따라가며 화려한 행렬 이면의 역사를 마주한다. 문화를 전하던 나라가 왜 19세기 일본의 침략 앞에 무너졌는가. 통신(通信)의 시대가 남긴 질문을 현재진행형으로 색다르게 던진다.

조선통신사의 기록은 평화의 상징으로 기억된 행렬 뒤에 남은 서로 다른 시선과 속내를 드러낸다. 신의를 통하는 사신이라는 이름은 끝내 어디에서 멈춰 섰을까?
KBS1 ‘역사스페셜 시간여행자’ 28회 ‘조선통신사, 통하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편은 7월 5일 일요일 오후 9시 30분에 방송된다.
출처 : KB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