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고강용 캐스터 첫 국제대회, ‘진심’으로 만든 덕업일치

'아시안게임' 고강용 캐스터 첫 국제대회, '진심'으로 만든 덕업일치

처음이라 더 떨렸고, 좋아해서 더 깊이 파고들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첫 대형 국제 스포츠 무대에 선 MBC 고강용 캐스터는 남녀농구부터 핸드볼, 태권도, 역도까지 종목을 넓히며 자신만의 중계 방식을 시험했다. 준비의 출발점은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시청자가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중계를 만들겠다는 단순한 목표였다.

첫 국제대회에서 마주한 긴장

고강용에게 이번 대회는 스포츠 캐스터로서 처음 경험하는 메이저 국제대회였다. 대회 전체 일정의 첫 경기부터 농구 예선 중계석에 앉았고, 첫 마이크를 잡는 순간에는 기대보다 긴장이 앞섰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처음에는 ‘경기를 망치지만 말자’는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다. 첫 중계를 마친 뒤에는 사무실에 올라와 30분 동안 멍하니 앉아 있을 정도로 긴장이 됐었다”고 말했다.

긴장은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오늘 중계를 마치면 곧바로 다음 날 경기를 준비하는 일정이 이어졌고, 종목이 바뀔 때마다 공부해야 할 규칙과 선수 정보도 달라졌다. 그럼에도 고강용은 준비 과정 자체를 즐겼다. “매일 오늘 중계가 끝나면 내일 있을 중계를 준비하며 설렜는데, 벌써 끝이라니 공허하다”며 “매일 배웠고, 정말 많이 행복했다. 평생 잊지 못할 첫 국제대회 중계가 될 것 같다”고 첫 대회를 돌아봤다.

이런 태도는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고강용은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선배 김나진 캐스터와 1대1 중계 수업을 받고, 쉬는 날에도 야구장을 찾아 실제 경기 흐름에 맞춰 중계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정보와 기록, 현장에서 챙겨야 할 수많은 요소를 직접 정리하며 스포츠 캐스터가 준비해야 할 범위를 몸으로 익혔고, 그 경험은 국제대회라는 더 큰 무대에서 기본기가 됐다.

“듣기 싫은 중계는 하지 말자”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고강용이 가장 먼저 세운 기준은 “듣기 싫은 중계는 하지 말자”였다. 극적인 장면에서 샤우팅을 어느 정도까지 높일지, 긴박한 순간에는 문장을 얼마나 짧게 가져갈지, 경기마다 어떤 서사를 먼저 전달할지를 세밀하게 나눠 고민했다. 해설위원의 전문성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렵지 않으면서도 뻔하지 않은 질문을 준비하는 데에도 공을 들였다.

종목마다 접근법도 달랐다. 빠르게 공수가 바뀌는 농구에서는 매 쿼터마다 핵심 키워드를 메모해 경기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선수들의 SNS와 대표팀·소속팀 영상을 찾아보며 코트 밖의 캐릭터까지 파악했고, 경기 상황에 맞는 정보가 생길 때만 짧게 덧붙여 중계가 정보 나열로 흐르지 않게 조절했다.

익숙하지 않은 종목에서는 규칙을 쉽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역도는 선수들이 정해진 순서대로 한 번씩 나오는 방식이 아니라 한 선수가 연속으로 출전할 수도 있다는 점과 대기실에서 벌어지는 코치진의 치열한 머리싸움을 시청자가 따라갈 수 있게 풀어냈다. 태권도에서는 배점과 감점이 경기 흐름을 어떻게 바꾸는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설명하려 했다.

결국 고강용이 모든 종목에서 공통으로 붙잡은 역할은 선수와 시청자 사이의 ‘다리’였다. 그는 “모든 종목에서 순간순간 같이 기뻐하고 아쉬워하는 ‘분위기 빌드업’ 멘트를 많이 준비했다”며 “4년을 준비해 온 선수들과 시청자들이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는 게 제 몫이었다”고 설명했다. 기록과 규칙을 전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선수들이 쌓아온 시간을 시청자가 함께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 자신의 중계라고 봤다.

20년 농구팬이 잡은 첫 금메달 콜

여러 종목 가운데 농구는 고강용에게 특별했다. 20년 넘게 농구를 봐온 ‘농구 찐팬’이었고, 언젠가 중계 기회를 받는다면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오래 품어왔다. 첫 스포츠 빅이벤트에서 가장 좋아하는 종목을 직접 맡게 되자 애정만큼 부담도 커졌다. 그는 “농구는 중계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애정이 컸던 만큼 더 잘하고 싶어서 더 많이 준비했다”고 밝혔다.

오랜 시간 경기를 지켜본 경험은 빠른 플레이를 즉각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어떤 선수의 이야기가 지금 장면과 이어지는지, 어떤 정보가 경기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하는 감각으로 이어졌다. 좋아하는 것을 오래 봐온 시간이 중계석에서는 준비의 깊이로 바뀐 셈이다.

그 준비는 남자농구 한일전 결승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다. 대한민국의 12년 만의 금메달이 걸린 결승전에서 고강용은 하승진 해설위원과 호흡을 맞췄고, MBC는 해당 경기를 비롯한 주요 농구 중계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처음 경험하는 국제대회 결승이면서 동시에 첫 금메달 콜이었다는 점에서 고강용에게도 쉽게 잊기 어려운 경기로 남았다. 빠른 플레이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선수와 경기의 이야기를 필요한 순간에 얹는 방식은 20년 넘게 농구를 봐온 경험이 실제 중계 언어로 바뀐 장면이었다.

여자농구 중국과의 준결승도 빼놓을 수 없었다. 고강용은 국민의례를 하는 순간부터 울컥했다고 회상했다. 압도적인 신체 조건을 가진 중국을 상대로 대한민국이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하자 그는 “만리장성을 뛰어넘은 여랑이들이 결승으로 간다”는 말로 경기를 닫았다.

고강용은 단순히 결과만 외치는 대신 선수들이 넘어선 벽과 그 순간의 감정을 한 문장에 담아내려 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올라온 감정, 코트 위에서 바뀌는 흐름, 결승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까지 시청자와 함께 따라가는 중계를 만들고 싶었다는 그의 기준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경기였다.

농구 밖에서도 이어진 준비

농구에 대한 애정이 가장 컸지만 첫 국제대회는 한 종목에 머무르지 않았다. 핸드볼에서는 윤현경, 태권도에서는 오혜리, 역도에서는 염동철 해설위원과 호흡을 맞추며 농구와는 또 다른 중계 리듬을 익혔다. 종목이 바뀔 때마다 승부를 읽는 기준과 시청자가 궁금해하는 지점이 달랐기 때문에 같은 설명법을 반복하기보다 종목에 맞는 속도와 질문을 다시 설계했다.

해설위원이 가진 전문성을 앞세우고 자신은 경기의 맥락을 정리해 시청자에게 건네는 방식도 그 과정에서 더 분명해졌다. 익숙하지 않은 종목일수록 자신이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하기보다 시청자가 궁금해할 질문을 정확히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박혜정이 한국 신기록을 세운 순간에도 고강용은 염동철 해설위원과 함께 마이크를 잡았다. 한 종목의 팬으로 출발한 캐스터가 여러 경기의 규칙과 서사를 새로 공부하며 중계 범위를 넓혀갔다는 점에서 이번 대회는 고강용에게 실전형 훈련장이기도 했다.

중계 전 해설위원들과 미리 만나 대화를 나누고 경기 결과를 예측하는 등 편안한 호흡을 만드는 준비도 이어졌다. 하승진, 김연주, 윤현경, 오혜리, 염동철 등 서로 다른 종목의 해설위원들과 빠르게 호흡을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고강용은 “운이 따랐나 싶을 정도로 모든 분들과 호흡이 좋았다”며 금메달 콜과 기록의 순간을 함께한 해설위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어 “저는 금메달 복만큼 인복이 많은 캐스터”라고 표현하며 첫 국제대회에서 만난 파트너들을 성과의 한 축으로 돌렸다.

김나진에게 배운 한 단어 ‘진심’

선배 김나진 캐스터에게 받은 조언은 국제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중심에 남았다. 고강용은 김나진에게 경기마다 서사를 만드는 법, 스포츠 중계에 필요한 발성, 순간적인 상황 판단과 순발력 등 여러 실전 노하우를 배웠다고 했다. 하지만 수많은 기술 가운데 가장 오래 남은 것은 하나의 단어였다.

그는 “김나진 선배님이 알려주신 많은 노하우 중 가장 가슴 깊이 남아있는 단어는 ‘진심’”이라고 말했다. 스포츠를 오래 좋아해온 사람의 애정이 준비와 공부로 이어질 때 시청자에게도 그 온도가 전해진다는 뜻이었다. 고강용에게 농구를 향한 오랜 애정은 단순한 팬심에 머물지 않고 선수 정보와 경기 흐름을 더 깊이 공부하게 만드는 동력이 됐다.

‘나 혼자 산다’에서 쉬는 날 야구장까지 찾아가 중계 연습을 했던 시간도 같은 맥락에 놓였다. 좋아하기 때문에 더 알고 싶었고, 더 잘하고 싶었고, 결국 실제 중계석에서는 그 준비가 자신감을 만들었다. 첫 아시안게임을 두고 고강용이 ‘완벽한 덕업일치’라고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진심을 맛있게 전달하는 캐스터”

첫 국제대회를 마친 뒤 고강용의 시선은 다음 중계로 향했다. 새롭게 맡아보고 싶은 종목을 묻자 그는 “어떤 종목도 좋다. 무슨 종목을 맡던 ‘고강용이 하는 중계라서 보고 싶고 기대된다’는 말이 나오게 할 자신이 있다”고 답했다. 특정 종목의 전문성을 넘어 자신의 이름이 중계를 선택하는 이유가 되는 캐스터를 목표로 내건 셈이다.

그러면서도 농구에 대한 애정은 분명하게 남겼다. “대한민국에 농구 붐이 올 것 같은데, 농구 중계만큼은 오래오래 하고 싶다”며 자신이 가장 오래 지켜본 종목과 계속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고강용이 이번 대회를 통해 찾은 최종적인 답도 화려한 기술보다 ‘전달’에 가까웠다. 그는 “결국 진심을 맛있게 전달하는 캐스터가 되고 싶다”며 선수들이 차려준 좋은 경기를 시청자가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편안하고 맛있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MBC 스포츠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선배들과 오래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첫 국제대회에서 고강용이 얻은 것은 몇 번의 시청률 1위나 금메달 콜만이 아니었다. 좋아하는 스포츠를 오래 보고, 모르는 종목은 다시 배우고, 선수와 해설위원의 이야기를 시청자에게 가장 잘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자신의 중계 스타일이 됐다.

‘듣기 싫은 중계는 하지 말자’에서 출발해 ‘진심을 맛있게 전달하는 캐스터’라는 목표에 도착한 과정은 고강용이 어떤 중계를 하고 싶은지 또렷하게 보여줬다. 다음 국제무대에서는 그 진심이 어떤 종목의 결정적인 순간과 만나게 될까?

첫 대형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확인한 고강용은 이제 특정 종목보다 ‘고강용이 하는 중계라서 보고 싶다’는 기대를 만드는 캐스터를 바라보고 있다. 좋아하는 스포츠를 더 깊이 공부하고 선수와 시청자를 연결해온 첫 국제대회의 경험은 앞으로 그가 쌓아갈 중계의 출발점으로 남았다.

사진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