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566회 미국회사 쿠팡, 그리고 로비

시사기획 창 566회 미국회사 쿠팡, 그리고 로비

10월 6일에 방송되는 KBS1 ‘시사기획 창’ 566회에서는 한국에서 성장했지만 시애틀에 본사를 둔 미국회사 쿠팡이 워싱턴에서 구축한 로비 네트워크와 개인정보 유출 이후 한미 관계에 번진 파장을 추적한다. 2025년 11월 3,300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 이후 한국의 제재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미국 정치권이 왜 쿠팡 문제를 자국 기업 규제 문제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는지, 그 배경과 비용을 짚는다.

한국에서 성장한 거대 유통기업 쿠팡은, 시애틀이 본사인 미국회사다. 지난해 11월, 우리는 이들이 미국회사임을 절감했다. 3,300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로 쿠팡이 제재를 받기 시작하자, 미국 정치권이 나서서 한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미국인은 모르는 미국회사가 어떻게 워싱턴에서 이름을 알렸는지, 그로 인해 한국은 어떤 비용을 치르고 있는지 취재했다.

워싱턴의 두 거물, 그리고 쿠팡

워싱턴에는 ‘트럼프의 문고리’로 불리는 로비스트들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 수천만 달러를 모금하며 트럼프 대통령 재선에 기여한 브라이언 밸러드와 제프 밀러다. 이들의 로비 수입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4배로 뛰었다. 쿠팡은, 이 두 사람을 모두 로비스트로 고용했다. 팰런티어 등 극소수 고객만이 이 둘을 동시에 쓴다. 2021년 미국에 상장한 직후 첫 로비스트 고용을 신고한 지 5년 만이다. 현재 쿠팡의 로비 역량은 어느 정도인지, 최신 신고 자료를 토대로 분석했다.

미국 로비공개법 신고 자료를 보면 Ballard Partners는 2026년 2월 쿠팡을 고객으로 등록했고, 2분기 쿠팡 관련 로비 대가로 25만 달러를 신고했다. Miller Strategies도 같은 기간 쿠팡을 위해 30만 달러의 로비 수입을 신고했다. 쿠팡의 자체 로비 지출은 1분기 109만 달러에서 2분기 128만 달러로 늘었고, 외부 로비회사 여러 곳을 함께 활용하면서 백악관과 의회, 미 무역대표부 등 워싱턴의 주요 정책 결정 채널을 상대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다만 로비는 미국에서 신고를 전제로 허용되는 합법적 활동이다. 쿠팡도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미국을 움직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하면서, 신고된 활동의 목적이 한미 경제협력과 투자, 통상 현안에 대한 소통이라고 설명해왔다. 이번 방송은 공개된 로비 신고 자료와 실제 워싱턴 정치권의 움직임 사이에 어떤 연결이 있었는지를 따져본다.

한국이 털렸는데, 미국 의회가 반발한 이유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이후, 돌연 미국 의원들이 한국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쿠팡이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지나친 공격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과거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에서 제재받을 때는 없었던 일이다. 처음에는 쿠팡의 로비를 받은 공화당 의원들의 과도한 돌출 발언으로 치부됐다. 그러나 정보 유출 1년이 되어가도록, 미 정치권 내의 의심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1년 전엔 알지도 못했던 기업을 이례적으로 감싸는 이유, 로비 외에 다른 이유는 없는지, 미국 의회를 직접 방문해 양당 의원들에게 물었다.

실제로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7월 중간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쿠팡과 다른 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국내법에 따른 조사와 제재였으며 국적에 따라 기업을 차별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개인정보 유출의 규모와 이후 조사 강도를 바라보는 시각도 양국에서 크게 엇갈리면서, 기업 규제 문제가 통상과 외교의 쟁점으로 번졌다.

미국 정치권의 문제 제기는 일회성 발언에 그치지 않았다. 미 의원들은 청문회와 서한, 보고서 등을 통해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치를 반복적으로 문제 삼았고, 한국 정부는 미국 측 인사들을 만나 같은 기준의 법 집행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대응에 나섰다. 쿠팡을 둘러싼 갈등은 기업 한 곳의 규제 문제를 넘어 한미 간 규제 주권과 자국 기업 보호가 충돌하는 사례로 확대됐다.

“쿠팡 문제, 생각보다 오래 간다”

강경화 주미대사는 올해 7월 쿠팡 문제가 “생각보다 오래 간다”고 밝혔다. 한미간 외교·안보 협의까지 영향을 받자,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쿠팡 문제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물밑에서 상황 관리 중이다. 한국에서 개인정보 유출 기업들은 국적 불문 같은 기준으로 제재받으며, 쿠팡은 한국에서 차별이 아닌 혜택을 받아 성장했다고 미국에 설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방위 수사와 국회 청문회가 단기간에 집중되면서, 미국 측이 이를 쿠팡에 대한 이례적인 압박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우리 의회 외교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도 드러났다.

강경화 주미대사는 7월 일시 귀국 당시에도 쿠팡 문제가 자신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오래가는 이슈라고 말했다. 앞서 워싱턴에서는 한미 관계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관리하자는 공감대가 양국 정부 사이에 있다고 설명했지만, 미 하원 법사위 보고서와 백악관의 우려 표명이 이어지면서 정부 차원의 설명과 협의가 계속됐다.

정부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수사와 제재가 미국 기업을 겨냥한 차별 조치가 아니라 국내 법 집행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대로 미국 정치권에서는 짧은 기간에 여러 기관의 조사와 국회 청문회가 집중된 점을 두고 비례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같은 사건을 놓고 양국이 규제의 정당성과 강도를 다르게 해석하면서 쿠팡 문제가 외교 현안으로 장기화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온라인 플랫폼의 진격…각국의 고민

개인정보 유출 이후, 쿠팡의 대응에 분노한 소비자들은 ‘탈팡(쿠팡 탈퇴)’했다. 그러나 쿠팡이 제공하는 편리함은 힘이 셌다. 올해 8월 쿠팡 월 결제액은 약 5조 원, 월간 활성이용자수(MAU)는 3,594만 명으로, 1년 전보다 도리어 늘었다. 쿠팡뿐 아니라 유튜브, 넷플릭스, 구글, 애플 같은 거대 플랫폼 회사는 우리 일상에 깊이 자리 잡았다. 미국의 자국 기업 보호가 더욱 강해지며, 이들을 규제할 때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변수도 늘고 있다. 쿠팡은 어떤 선례로 남을 것인가.

개인정보 유출과 제재 논란이 이어져도 이용 규모가 줄지 않았다는 점은 플랫폼 규제의 현실적인 난점을 보여준다. 소비자는 개인정보 보호와 기업 책임을 요구하면서도 배송과 결제, 콘텐츠처럼 일상에 깊게 들어온 서비스의 편리함을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 플랫폼의 시장 영향력이 커질수록 한 국가의 규제 결정이 기업의 본국 정부와 통상 문제로 연결될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쿠팡을 둘러싼 갈등은 개인정보 보호와 기업 책임, 플랫폼의 편리함, 미국의 자국 기업 보호, 한국의 규제 주권이 한 사건에서 맞물린 사례가 됐다. 거대 플랫폼을 규제하면서도 국가 간 통상 갈등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쿠팡 사례는 앞으로 비슷한 문제를 판단할 때 어떤 기준으로 남게 될까?

워싱턴 로비 네트워크와 개인정보 유출 이후 한미 간 규제 갈등, 거대 플랫폼을 둘러싼 고민은 10월 6일 화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되는 KBS1 ‘시사기획 창’ 566회 ‘미국회사 쿠팡, 그리고 로비’에서 공개된다.

사진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