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금을 뿌린 듯 흐뭇한 달빛 아래, 묵묵히 써 내려간 저마다의 삶 첩첩산중 거친 산골을 삶터로 일궈낸 평창 사람들의 눈부신 인생 소설”
10월 17일에 방송되는 KBS1 ‘동네 한 바퀴’ 390회 ‘인생, 소설이 되다 –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편에서는 전체 면적의 84%가 험준한 산으로 둘러싸인 평창 이웃들의 삶을 만난다. 평균 해발 700m의 고원 지대에 평창강의 맑은 물줄기가 흐르고, 가을이면 하얀 꽃물결이 일렁인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인 봉평을 중심으로 척박한 산자락에 뿌리내려 한 편의 소설 같은 인생을 써 내려가는 사람들을 찾아간다.
양 떼와 함께 여는 평창에서의 첫 장


사람이나 짐승이 대굴대굴 굴러 내려올 만큼 가파르다고 하여 ‘대굴령’이라 불렸다는 대관령. 이곳에는 드넓은 초지 위를 거니는 소와 양, 언덕 위 풍력 발전기가 어우러져 대관령 특유의 이국적인 풍경을 이루는 목장이 있다.
특히 발 빠르고 영리한 보더콜리가 흩어진 양 떼를 한데 모으는 양몰이 공연은 목장의 대표 볼거리라는데. 대관령의 너른 풍경 속에서 평창 여정의 첫발을 뗀다.
5대째 숲을 지키는 심마니 청년


용평면 큰골숲은 5대째 한 집안이 지켜온 선산이자, 청년 심마니 조성근 씨의 일터다. 심마니였던 아버지를 따라 산을 오르며 처음 산삼을 발견했을 때의 희열을 잊지 못해 13년 전에 고향으로 돌아왔다는데.
현재는 선산에서 산양삼을 비롯해 곰취, 산마늘 등 다양한 산나물을 키우고 있다. 숲을 태워 밭을 일구던 화전민이 아니라, 숲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화(和)전민’이 되고 싶다는 청년. 깊은 골짜기에서 청년 심마니가 지켜가는 깊고 향긋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소꿉친구에서 부부로, 봉평 토박이 부부의 메밀간장국수


매년 가을이면 봉평을 하얗게 물들이는 메밀은 추운 곳에서도 잘 자라고 수확이 빨라, 오래전부터 봉평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준 구황작물이었다. 이곳 봉평에는 서로의 옆집에서 태어나 함께 자란 소꿉친구 부부가 30년 가까이 지켜온 메밀 식당이 있다.
타향살이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 부부는 어린 시절 할머니와 어머니가 해주던, 간장과 들기름에 비벼 먹는 소박한 메밀국수 한 그릇을 떠올리며 식당을 열었다.
오래전 동네 대소사 때 분틀로 눌러 먹던 그 추억의 맛을 간직한 메밀간장국수가 이 집의 별미. 한평생을 함께해온 부부가 차려 낸 국수 한 그릇을 통해 봉평 사람들이 지켜온 메밀의 맛과 정취를 음미해 본다.
봉평의 가을, 소설 속을 걷다 – 평창효석문화제


봉평은 소설가 이효석의 대표작 『메밀꽃 필 무렵』의 실제 배경지이자, 작품 속 풍경을 축제로 이어온 문학의 마을이다. 한때 평범한 산골 마을이었던 봉평은 지역 주민들이 메밀 씨를 뿌리고, 소설 속 장터와 물레방앗간, 메밀꽃밭을 되살리며 이효석 문학 속 무대를 직접 가꿔왔다.
주민들의 참여로 1999년 처음 열린 평창효석문화제는 매년 9월 봉평면 일원에서 열리며, 하얗게 흐드러진 메밀꽃밭과 다양한 체험 행사, 향토 먹거리, 주민 참여 공연이 어우러지는 대표 가을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소설 한 편이 마을의 풍경이 되고, 주민들의 자부심이 축제가 된 봉평에서 메밀꽃밭과 문학열차, 황금메밀 찾기 등 평창효석문화제의 다채로운 현장을 즐겨본다.
89세 할아버지의 돌탑으로 이룬 지상낙원


평창강이 흐르는 다수리에는 200여 개의 돌탑이 앞마당을 가득 채운 집이 있다. 평창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을 만들고 싶었다는 전희택 어르신은 젊은 시절부터 강가와 밭에서 나온 돌을 지게로 지고 모아왔다.
둥근 탑, 네모난 탑, 말 모양 탑까지 저마다 다른 형태의 돌탑들은 30년 넘는 세월 동안 어르신이 손수 쌓아 올렸다는데. 평창강변 마을인 다수리에서 돌 하나하나에 새겨진 어르신의 삶을 엿본다.
3대째 이어온 자부심 – 용천수로 키운 송어 한 상


평창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송어 양식에 성공한 송어의 고장이다. 1965년 강원도 주관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들여온 무지개송어 발안란 1만 개는 차고 깨끗한 물을 찾아 삼방산 자락에 자리 잡았고, 이곳에서 평창 송어의 역사가 시작됐다.
그 역사를 6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송어 식당은 삼방산 용천수를 사용하는 양어장을 함께 운영하며, 평창 송어의 맛을 이어가고 있다.
1대 할아버지의 도전에서 시작해 이제는 아버지와 어머니, 딸까지 3대가 함께 지켜가는 송어 식당에서 송어회는 물론 송어구이, 곤드레송어덮밥까지 다채롭게 변신한 평창의 맛을 만끽해 본다.
산골에 써 내려간 노부부의 연서, 야생화 정원


굽이굽이 산길 끝, 평창 방림면 보석봉 산자락에는 토종 야생화가 피어나는 노부부의 정원이 있다. 큰 사기를 당한 뒤 돈 한 푼 없이 평창까지 오게 된 부부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잣나무밭을 손수 일구고, 황토와 짚으로 직접 흙집을 지으며 새 삶을 시작했다.
큰제비고깔, 흰진범, 물매화 등 300여 종 가까이 되는 야생화가 자라는 정원은 부부가 20년 넘게 풀을 매고 물을 주며 가꿔온 삶의 터전이다.
살림집이었던 너와집은 이제 꽃차를 내는 작은 카페가 되었고, 직접 키운 꽃을 덖어 만든 차 한 잔에는 산골에서 하루하루를 다시 일궈온 회복의 시간이 담겨 있다. 꽃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노부부의 정원에서, 흙과 꽃을 돌보며 평화를 얻은 삶을 만나본다.
한때 살림집이었던 너와집에서 꽃차를 내는 노부부에게 정원은 20년 넘게 지켜온 삶의 터전이다. 빈손으로 산골에 들어와 야생화 정원을 일군 부부가 들려줄 이야기는 무엇일까?
평창 산골에 뿌리내린 이웃들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KBS1 ‘동네 한 바퀴’ 390회는 10월 17일 오후 7시 10분에 방송된다.
사진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