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3일 741회 우리가 사랑한 모든 순간 – 잠실야구장 마지막 72시간

승리의 순간엔 환호하다가도 패배 앞에서는 눈물을 삼킨다.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올라가기 전까지 결말을 알 수 없는 야구.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이기는 날에도 지는 날에도 어김없이 야구장을 찾는다.

1982년 문을 연 잠실야구장. 44년간 수많은 명승부가 펼쳐진 이곳에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켜켜이 쌓여 있다. 세대를 넘어 저마다의 추억을 새겨온 이곳, 누군가의 어린 시절과 청춘 그리고 인생이 담긴 잠실야구장이 올해를 끝으로 작별을 앞두고 있다.

11월 2일에 방송되는 KBS2 ‘다큐멘터리 3일’ 741회는 잠실야구장과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가장 뜨거웠던 72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우리의 청춘은 잠실야구장에 있었다

우리의 청춘은 잠실야구장에 있었다

잠실야구장의 마지막을 앞두고 특별한 추억을 남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내년 결혼을 앞둔 연인. 잠실야구장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이곳에서 미리 결혼사진을 촬영하기로 했다. 두 사람의 사랑이 결혼으로 이어지기까지의 시간을 지켜봐 준 야구장에 대한 작별 인사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손을 잡고 이곳을 찾았던 아들은 어느덧 아빠가 되어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돌아왔다. 생후 10개월 된 쌍둥이들에게 이 야구장을 보여주고 싶었다.

한 사람의 어린 시절이 지나고, 또 다른 누군가의 어린 시절이 시작되는 동안, 잠실야구장은 늘 같은 자리에 있었다. 오랜 세월 잠실야구장을 찾았던 팬들에게 이곳의 마지막은 단순히 오래된 건물 하나가 사라지는 일이 아니다. 그곳에서 울고 웃던 자신의 시간과 작별하는 일이다. 이들이 익숙했던 풍경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기 위해 다시 이곳을 찾은 것도 그런 이유다.

우리의 청춘은 잠실야구장에 있었다
우리의 청춘은 잠실야구장에 있었다

“단순히 건물 하나가 사라져서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알던 것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내가 점점 나이를 먹어가는 게 조금 아쉬운 것 같아요”
— 조성욱_41세, 두산 베어스 팬

누군가의 마지막, 누군가의 시작

누군가에게 잠실야구장이 추억의 공간이라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꿈을 펼치는 무대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함께한 이 구장에선 수많은 선수가 꿈을 키우고 땀 흘려왔다.

어린 시절 관중석에서 응원하던 소년은 어느덧 꿈을 이뤄 그라운드에 섰다. 누군가는 오랜 세월을 함께한 야구장과 작별을 준비하지만, 누군가는 이곳에서 이제 막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끝을 앞둔 야구장에서 새로운 출발선에 선 선수는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누군가의 마지막, 누군가의 시작
누군가의 마지막, 누군가의 시작

“제 야구 인생은 이제 2~3회 정도 된 것 같습니다”
— 문정빈, LG 트윈스 선수

그라운드 밖에도 주인공은 있다

잠실야구장의 추억을 함께 만들어 온 이들은 선수와 팬뿐만이 아니다. 이들이 경기장을 찾기 전, 야구장의 하루를 먼저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위해 묵묵히 경기를 준비하는 사람들. 잠실야구장이 일터였던 이들이다.

26년간 잠실야구장을 지켜 온 그라운드 키퍼 김종문(64) 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잠실야구장은 두 구단이 홈으로 함께 사용하는 곳. 시즌 내내 경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재정비를 위한 작업 시간은 늘 부족하다. 상한 잔디를 다시 심고, 흙을 고르고, 경기장의 선을 새로 긋는 일까지. 이른 아침부터 그라운드를 돌보는 손길이 있기에 선수들은 매일 푸른 잔디 위를 달릴 수 있다.

구내식당에도 오랫동안 자신의 자리를 지켜 온 사람이 있다. 18년째 선수들의 밥상을 책임져 온 조리실장 김현숙(70) 씨다. 스무 살 무렵 입단했던 선수가 어느덧 아이 아빠가 되는 모습을 지켜봤고, 선수들의 징크스까지 살피며 매일 정성껏 밥상을 차려 왔다. 뜨거운 함성 뒤에서 묵묵히 제 몫을 다해 온 이들에게 잠실야구장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

그라운드 밖에도 주인공은 있다
그라운드 밖에도 주인공은 있다

“온 정성을 다해서 음식을 했어요. 그거는 제가 참 잘했다, 그런 자부심도 있어요”
— 김현숙_70세, 구내식당 조리실장

어쩌면 야구보다 소중했던 것들

야구장을 찾는 이유가 꼭 야구 때문만은 아니다. 야구장은 새로운 친구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지정석 회원인 원희자(72) 씨에겐 혼자 경기장을 찾아도 익숙한 얼굴들이 있다. 응원하는 팀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나이도 직업도 다른 사람들과 친구가 됐다.

늘 같은 자리를 지키는 팬들이 있어 혼자 와도 외롭지 않았고, 어린아이부터 자식뻘 되는 사람들까지 나이를 잊고 함께 응원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 야구를 보러 왔다가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들 덕분에 다시 찾게 되는 곳. 이들에게 잠실야구장은 단순히 경기를 관람하는 공간을 넘어 일상의 일부가 됐다.

어쩌면 야구보다 소중했던 것들
어쩌면 야구보다 소중했던 것들

“같이 호흡하는 거, 남녀노소를 따지지 않고 아이하고도, 자식 같은 사람들하고도 같은 마음으로 호흡하는 게 좋아요”
— 원희자_72세, LG 트윈스 팬

오래도록 함께했던 사람들과 추억이 남아 있는 야구장을 떠나기가 아쉽기만 하다. 잠실야구장에서의 마지막 밤, 사람들은 어떤 인사를 남길까.

어쩌면 야구보다 소중했던 것들

내레이션은 세대를 아우르는 따뜻한 목소리로 사랑받아 온 가수 유열이 맡았다. 특유의 편안하고 감성적인 목소리로 잠실야구장에 깃든 수많은 추억과 그곳에서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가수 유열의 목소리로 전하는 잠실야구장의 마지막 72시간에는 연인과 가족, 선수, 그라운드 키퍼, 조리실장, 지정석 회원의 이야기가 담긴다. 이곳에 추억을 쌓아 온 사람들은 마지막 밤에 어떤 인사를 남길까?

이번 KBS2 ‘다큐멘터리 3일’ 741회 〈우리가 사랑한 모든 순간 – 잠실야구장 마지막 72시간〉은 11월 2일 오후 8시 30분에 방송된다.

사진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