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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인사이트 273회 버닝 2부 도파민 가족, 유흥가보다 위험한 ‘내 아이의 방’

뉴스나인 ·

스마트폰에 점령당해 단절의 위기를 맞은 오늘날 가정의 심각한 실태가 안방극장에 조명된다.

4월 2일 방송되는 다큐 인사이트에서는 각자의 기기에 빠져 대화가 단절된 일명 도파민 중독 가정의 현실을 파헤친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 세대까지 퍼진 심각한 과의존 현상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양육 공백의 위기를 밀도 있게 짚어낼 전망이다.

놀이를 회복한 교실, 아이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광주광역시 새별 초등학교는 2025년 2학기, 특별한 교칙을 세웠다. 스마트폰 과의존을 예방하고자 구성원 전체(학생, 학부모, 교사)의 합의 하에 휴대전화 교내 사용을 전면 제한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아 시행된 교칙, 그 결과는 놀라웠다. 스마트폰이 사라진 교실 속에서 아이들이 ‘놀이’를 회복한 것이다.

놀이를 되찾은 아이들은, 이제 우리 엄마, 아빠가 스마트폰을 내려놓을 차례라고 말한다. 과연 아이들의 눈에 띈 부모는 어떤 모습일까. 뜨겁게 달아오른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진짜 도파민 중독은 누구인가.

도파민 가족의 탄생, 당신의 거실은 안녕하십니까.

평범한 초등교사였던 이은경 씨는 자녀 양육 문제로 교단을 떠났다. 그제야 비로소 마주하게 된 집안의 풍경. 가족의 공용 공간이었던 거실이 완전히 해체되어 있었다. 과거처럼 텔레비전 한 대를 두고 채널권을 다툴 일도, 주말마다 함께 극장 나들이를 떠날 일도 사라졌다. 가족은 각자의 기기 속으로 흩어졌다.

인정하기 어렵지만 스마트폰 과의존은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모들 역시 스마트폰과 한 몸이 되어 살아간다. 하지만 그런 부모에게도 사정은 있다.

부모는 온라인 세상에서 끊임없이 ‘더 잘난 아이들’을 목격하고 양육 불안에 빠진다. 아이보다 더 큰 학업 압박에 시달리며 아이에게 눈길 줄 새가 없이 바쁜 하루를 산다. 때로는 ‘성적’만을 위해 아이의 기기를 빼앗으려 들기도 한다. 불안에 빠진 부모의 태도는 가족 간의 연결고리를 헐겁게 만들고, 아이들을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들게 만든다. 아이가 방 안에서 보내는 위험 신호를, 스마트폰에 빠진 부모는 감지할 수 있을까.

사라진 양육 구간, 유흥가보다 위험하다

청소년들 사이 ‘대장님’으로 통하는 서민수 경찰 인재개발원 교수. 그는 최근 학교폭력의 양상이 변했음에 주목한다. 과거와 달리 가해 동기가 불분명한 학교폭력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문제의 원인으로 아이들을 둘러싼 ‘디지털 환경’을 지목한다.

“150만 원을 호가하는 디지털 사물을 아이의 주머니에 넣기까지
부모는 꽤 중요한 설명을 해줬어야 합니다“

  • 서민수 (경찰 인재개발원 학교폭력·소년법 담당 교수)

서 경찰관은 아이가 스마트폰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게 내버려두는 것이 아이를 늦은 밤 유흥가 한복판에 홀로 두고 오는 것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부모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 즉 ‘양육 구간’에서 사라져 홀로 스마트폰에 빠져드는 순간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아이의 사생활이 집약된 공간인 스마트폰을 감시하거나 통제해서는 반발심만 키울 뿐. 자녀를 안전하게 키우고자 하는 마음이 자녀를 가장 위태롭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아이가 스스로 도파민과의 적정 거리를 유지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

길 위에서 이뤄낸 관계 회복

제작진은 해법을 찾기 위해, 십여 년 전 게임 중독에 빠졌던 아들을 구해낸 노태권 씨를 만났다. 성적표까지 조작하며 화면 속 세계에 빠져들었던 아들을 위해 아버지는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생계를 위해 전국을 떠돌던 막노동 생활을 정리하고 아이와 함께 무작정 걷기 시작한 것이다.

걷고 또 걸으며 길 위에서 보낸 시간은 아이와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냈다. 아버지가 묵묵히 곁을 지키자, 굳게 닫혔던 아이의 마음이 열렸고, 노태권 씨는 아버지의 자리를 되찾았다. 노 씨 부자는 그렇게 다시 ‘우리 가족’을 복원했다. 잔소리도, 통제도 아닌 ‘함께 걷기’를 택한 아버지 노태권 씨의 결단은, 오늘날 스마트폰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선 우리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건넨다.

우리는 조용한 도파민 가족이 되었다

기기에는 점점 더 많은 것을 기대하면서도, 서로에게는 점점 더 적은 것을 기대하며 사는 세상. 도파민에 의해 철저히 해체되어 혼자가 되어버린 우리. 그렇게 ‘도파민의 가족’은 조용히 완성되었다.

이와 함께 본문에 짧게 등장했던 노태권 씨의 과거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십여 년 전 극심한 게임 중독에 빠진 아들들을 다그치는 대신, 그는 하루 8시간씩 소양강 변을 25km씩 묵묵히 함께 걷는 방식을 택했다. 오랜 산책 끝에 아들들은 굳게 닫혔던 마음의 벽을 허물었고, 이후 체력과 집중력을 되찾아 서울대까지 진학하는 기적적인 성과를 일궈낸 바 있다.

가장 가까워야 할 혈연이 디지털 기기로 인해 가장 멀어지는 역설적 상황 속에서, 자녀와의 물리적, 심리적 접점을 되살릴 실질적 해답이 무엇일지 이목이 집중된다.

사진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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