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수지리상 최고의 명당으로 꼽히는 배산임수. 뒤로는 푸른 산이, 앞으로는 푸른 바다가 펼쳐진 이곳엔 푸른색 작업복을 입은 강희석(64세) 씨가 산다. 얼굴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만, 장난기 가득한 웃음이 매력적인 자연인. 그는 특유의 활력과 성실함으로 이곳을 가꿔 왔다. 그 덕에 지금은 아무 걱정 없이 산과 바다를 평화롭게 누리고 있지만, 사실 이곳은 그의 퇴직 후 ‘야망’이 담긴 터전이기도 했다.
강희석 씨는 일찍이 상경하여 신문 배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푼돈을 받았지만 악착같이 절약하며 용접 기술도 배웠다. 생전 “기술을 배우라”던 돌아가신 아버지의 진심 어린 조언을 가슴 깊이 새겼던 그는, 당시 넘쳐났던 용접 수요와 맞물려 이른 나이임에도 대기업 조선소에 취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노동 현장은 너무나도 참혹했다. 동료가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은 끊이지 않았고, 그가 일하는 그나마 안전한 축에 속한 ‘설비’ 업무마저도 고된 노동으로 몸 성할 날이 없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가족을 생각하며 40년간 묵묵히 일했고 어느새 정년 퇴직을 하게 되었다. 자녀들은 훌륭하게 자라주었기에 더 이상의 걱정은 없을 줄 알았으나 이 땅이 문제였다. 이곳은 은퇴 후 재테크를 위해 심어둔 나무들이 있는 땅으로, 나무 시세가 떨어지면서 재테크로서의 가치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팔아버릴까 여러 차례 고민도 했다. 그러나 평생 조선소에서 일하며 바다에 깊이 정이 들어버린 탓일까? 퇴직 후 이곳에서 마주한 바다 풍경은 그에게 더없이 아름답게 다가왔다. 그렇게 그는 이곳에서 자연인의 삶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최고의 행복은 산과 바다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낚시를 즐겨 직접 잡은 물고기로 회를 뜨고, 굴이나 농게를 잡아 황칠나무와 예덕나무 등 산에 심어둔 작물들을 곁들여 매운탕을 끓여 먹는다. 특히 산에는 직장생활을 할 때부터 심어둔 17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그만큼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지만, 강희석 씨는 함께 해온 시간에 대한 애정으로 정성껏 이들을 가꾼다. 낭만적인 자연인 생활에 한 가지 걸림돌이 있다면 바로 물이다. 지하수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그는 뛰어난 손재주를 발휘해 빗물을 모으는 장치를 설치해 생활용수로 활용하고 있다. 조금 불편하긴 해도 강인한 강희석 씨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다. 재테크로는 실패한 애증의 땅. 그러나 금전적인 계산을 내려놓으니 이곳은 더할 나위 없는 낭만적인 보금자리가 되었다.
평생을 함께했던 바다에 기대어, 자라나는 나무와 함께 풍요로운 삶을 보내고 있는 강희석 씨의 이야기는 2025년 12월 17일(수) 밤 9시 1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