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심야 ‘도그마’ 유럽 송 캠프와 16마디 작법

김심야 '도그마' 유럽 송 캠프와 16마디 작법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뮤직플랫폼 멜론(Melon)이 인디음악 활성화 프로젝트 ‘트랙제로(TrackZero)’를 통해 래퍼 김심야를 11월 이달의 아티스트로 선정하고, 심층 인터뷰를 5일 공개한다.

멜론 ‘트랙제로’는 전문위원들이 엄선한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숨겨진 명곡과 아티스트를 대중에게 소개하는 인디음악 활성화 프로젝트다. 2022년 4월 시작한 이래 매월 ‘이달의 아티스트’와 ‘이달의 추천 신곡’을 선정해 스페셜 콘텐츠들과 함께 공개하고 있으며, 국내 음원플랫폼 유일의 인디음악 지원사업으로서 한국 음악산업의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달에는 [Dog] 이후 6년 만에 정규앨범 [도그마]를 선보인 김심야를 선정하고, 인터뷰를 통해 앨범의 탄생 과정과 지난 6년간의 변화를 들여다본다. [도그마]는 발매와 동시에 화두로 떠올랐다. 좋은 랩 음악의 한 사례인 동시에, 독자적인 행보를 단단하게 이어가는 선례로 평가받는다.

해외 음악리뷰 매체 피치포크(Pitchfork) 역시 한국 힙합 신에서 김심야가 지닌 가치를 조명하며 주목한 바 있다. 김심야가 2020년 발표한 정규 1집 [Dog] 이후 2026년 9월 내놓은 두 번째 정규앨범이라는 점도 이번 인터뷰의 배경이다. 6년 동안 음악을 만드는 방식뿐 아니라 창작을 대하는 마음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짚었다.

“100회 자체가 하나의 작품”…라이브 방송과 불교 철학으로 채운 6년

김심야는 앨범 발매에 앞서 유튜브 채널에서 오랜 기간 꾸준히 라이브 방송을 이어왔다. 그는 “100회를 채우겠다는 목표가 동력이었다”며 “채널을 상업적인 용도가 아닌, 작업하는 사람으로서의 포트폴리오처럼 쓰고 싶었다. 라이브 클립 하나하나를 작품이라 생각했고, 100회 하는 것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라이브 방송을 운영한 목적은 별도의 홍보 창구를 만드는 데 있지 않았다. 작업하는 사람의 기록을 한 회씩 쌓는 과정 자체에 의미를 뒀다. 다만 바빠지면서 방송을 잠시 멈췄고, 언젠가 100회를 꼭 채우겠다는 생각은 여전히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100회는 완료한 횟수가 아니라 앞으로 이루려는 목표다.

방송에서 다룬 불교 이야기와 강독도 화제를 모았다. 그는 “[Dog] 발매 이후 격변의 시기가 찾아왔고, 많은 고민과 다양한 경험을 버텨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혼자의 힘으로는 되지 않았다”며 “그러다 불교 관련 서적을 한 권 읽었는데 거기서부터 깊게 빠졌다”고 회상했다.

그는 “극단적인 성격이라 애매한 걸 싫어하는데, 석가의 철학은 애매한 말만 하는 것 같다”며 “그 애매함이 주는 나름의 자유가 있고, 어떤 의미에서는 애매함을 극단적으로 가져가는 철학 같아 묘하다”고 매력을 전했다. 자신이 피하려 했던 모호함에서 오히려 자유를 발견했다는 설명은 그가 겪은 지난 6년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유럽 송 캠프에서 출발한 [도그마]…“16마디가 온전히 남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썼다”

[도그마]의 시작은 유럽 송 캠프였다. 김심야는 “한국으로 가져온 곡만으로는 진행이 안 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완성도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할 때마다 사운드서플라이 서비스 친구들에게 SOS를 치는 것 같다”고 오랜 협업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송 캠프에서 새로 가사를 쓰거나 녹음한 것은 아니었다고도 밝혔다. 현장에서는 이전에 만들어 둔 재료와 서울에서 준비한 작업물을 바탕으로 곡을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곡의 출발점이 된 캠프와 그곳에서 이루어진 작업 방식을 구분해 설명했다.

캠프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으로는 ‘의견 조율’을 꼽았다. 그는 “오랫동안 음악을 함께해 온 친구들이라 실력에는 의심이 없었다”며 “결국 결정은 제가 해야 하니, 창작자로 참가했지만 디렉션을 보는 사람으로서의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전자음악을 다루는 협업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김심야는 마운트 엑스엘알(Mount XLR)로 활동하는 광재의 작업이 자신의 취향과 가까워, 특별히 주문하지 않아도 함께 작업하고 싶은 소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긴 시간 음악적 취향을 공유해 왔다는 점이 협업의 배경으로 소개됐다.

전자음악에 친숙해진 과정도 돌아봤다. 과거 함께 활동하던 프랭크에게 힙합보다 전자음악을 더 많이 추천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음악을 접했다는 것이다. 랩과 전자음악이 함께 느껴지는 [도그마]의 제작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가사를 대하는 태도도 남달랐다. 그는 “16마디를 쓴다면 그 16마디가 온전히 노래에 올라가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시작했다. 애초에 소스로 쓸 생각으로 가사를 썼다”며 “제주와 유럽 캠프 모두 프로듀서들에게 ‘이 벌스는 해체하고 분해해도 전혀 상관없다’고 하고 들어갔다”고 밝혔다.

랩 앨범임에도 곳곳에 자리한 여백 역시 의도된 것이다. 그는 “지금보다 더 여백이 있기를 바랐는데, 주변에서 말려서 채워졌다”며 웃었다. 제주 캠프에서는 함께 작업한 이들의 의견에 따라 원래 가사의 형태가 남은 곡도 있었다. 가사를 완성된 결과물보다 소리와 구조를 만들기 위한 재료로 다뤘다는 설명이다.

“화를 없애는 게 목표였다”…날카로움에서 귀감이 되기까지

1집부터 2집까지 6년의 시간은 김심야에게 감정을 다스리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는 “6년간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화를 없애는 것이었다”며 “아예 없애는 건 불가능하니, 이를 컨트롤하는 방법을 계속 공부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앨범에는 최근에 쓴 가사와 예전에 쓴 가사가 섞여 있다”며 “옛날 가사가 들어간 곡은 최종 단계에서 빼고 싶다고 했지만, 주변에서 모두 ‘이건 빼면 안 된다’고 해서 담기게 됐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앨범을 세상에 내놓은 뒤의 마음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발매 직후의 고양감이 지나면 공허함을 느끼기도 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작품에 대한 반응은 직접 찾아보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 듣는 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창작자가 타인의 이해와 반응을 원하는 마음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고 봤다.

어느새 신에서 날카로움을 담당하던 위치에서 귀감이 되는 위치로 옮겨온 소회도 밝혔다. 그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가장 앞선 사람, 극단적인 사람일 거라 생각했고 귀감과는 거리가 멀 줄 알았다”며 “슬프기도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어쩔 수 없는 성장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점점 음악을 업으로 느끼게 됐는데, 오히려 그 덕분에 얻는 자유도 있다”며 “내 삶과 무관한 작업도 가벼운 마음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면서 작업의 다양성이 열렸다. 물론 진정성은 늘 가져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작의 기준이 달라지면서 다른 아티스트의 작업을 판단할 때도 이전보다 가벼운 시선으로 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롤 모델로는 예(Ye)와 제이 폴(Jai Paul), 베리얼(Burial)을 꼽으며 “다들 극단적인 사람들이다. 극단적인 사람들에게 끌렸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는 공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계획도 전했다.

김심야는 가사를 분해하는 제작 방식과 감정을 다스리는 태도 모두 지난 6년간 변화했다고 돌아봤다. 유럽 송 캠프에서 출발한 [도그마]의 작업 방식은 앞으로 그의 음악에 어떤 영향을 남길까?

인터뷰는 박준우 전문위원이 진행했으며, 멜론 트랙제로는 전문위원들이 선정한 김심야의 추천 플레이리스트도 함께 공개한다. 공개된 플레이리스트는 총 14곡으로 구성됐다.

사진 : 카카오엔터테인먼트